'MUZIG'에 해당되는 글 436건

  1. 2024.05.03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2. 2024.05.01 Skourge - Torrential Torment
  3. 2024.04.28 Necrot - Lifeless Birth
  4. 2024.04.27 DVNE - Voidkind 2
  5. 2024.04.26 High on Fire - Cometh the Storm 4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Punkthrone도 결국 한때의 Darkthrone이었고 초기의 블랙메탈팬이나 나같은 사짜팬이나 심드렁할 영역을 탐닉하는걸 보면 참 어지간히 마이웨이긴 하다. 뭐 펑크도 좋아하지만 애당초 광범위한 음악을 엄청나게 듣는데다 본인들의 음악을 블랙메탈로 분류하는것조차 불쾌해할 정도로 타고난 반골기질까지 더해진 결과..'그냥 메탈'이면 족하며 무슨무슨 어워드에서 상을 주겠다하면 역겹다며 치를 떠는 양반들이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거나 누구의 눈치를 살피며 음악을 만들리가 만무한건 당연한걸지도, 어쨌거나 펑크쓰론 이후의 다크쓰론은 뭔가 본인들 음악의 원류를 찾는 여정을 떠난 느낌이었는데 클래식 헤비메탈+둠+블랙 한스푼을 곁들인 좀 올드하지만 나름 느낌있는 사운드를 구사했다고 해야할까. 대체 뭘하고 자빠졌는지 모르겠는 Satyricon같은 경우에 비해선 그래도 훨씬 대중에 영합(?)하는 음악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별 관심없는 성향의 음악이기도 했고 단순히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신보 역시 전혀 기대는 없었고 다크쓰론 앨범이 또 나온다길래 그저 부지런하시네 생각만 들었지만.

 

'It Beckons Us All..'은 간만에 펑크쓰론의 팬들도 흥미롭게 들을만한 형태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트랜실배니안 헝거 타령하는 쪽의 사정은 알바아니고..여전히 NWOBHM/Celtic Frost스타일의 클래식 헤비메탈 기운이 강하긴 하지만 새 앨범은 유독 SF/코스믹한 분위기가 강조된듯한데 이걸 블랙메탈 특유의 차갑고 음험한 엣센스와 적당하게 비빈 느낌. 주제적인 측면에선 Inquisition하고도 비슷한 느낌일수 있겠는데 풀어내는건 훨씬 레트로한 방식..하여간 멜랑꼴리한 멜로디 감각도 나쁘지않고 리프야 원체 잘쓰는 밴드고 꾸덕한 프로덕션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게 다소 늘어지던 전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깔끔하게 치고 달리는것도 크러스트적인 요소가 다소 돌아온듯도 한데 마스터링을 맡은 Jack Control의 영향일까 어림짐작해보지만 이사람과는 'Old Star'같은것도 했었으니 뭐 새삼스럽게.. 암튼 결론은 의외로 괜찮게 들은 앨범이고 아직도 새로운 음악적 화두를 던지는 다크쓰론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는것. 특히 이제 완전히 무기력해진 느낌인 Ihsahn같은 사람에 비하면 더더욱...어흑

 

Skourge - Torrential Torment

Riley Gayle 생각이 난 김에..단물이 빠질대로 빠진 스래쉬 리바이벌의 끝물에 텍사스에 떨어진 핵폭탄 Power Trip은 하코펑크&쌩날것의 광폭한 스래쉬와의 기똥찬 크로스오버로 단박에 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는데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역시 활동기간에 비해 발표한 앨범이 너무나 적다는 점이 아닐수 없겠다. 드러머인 Chris Ulsh를 제외하곤 다른 밴드를 딱히 뛰는 멤버도 없고 라이브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그러던 와중 30대 중반도 안된 보컬 Riley Gayle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엔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사망당시엔 사인이 공개되지 않아 자살이라도 한걸까 지레짐작하는 팬들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려진 사인은 펜타닐 오버도즈로 인해 자다가 죽었다는 허탈한 소식이었고..원래 우울증과 약물 남용 병력이 있던 사람이었다고..아무튼 리드보컬&작사가를 잃은 밴드는 한동안 방황할수밖에 없었고 23년에 들어서야 드디어 새 보컬 Seth Gilmore가 가입한다. 라이브 멤버로 표기하는곳도 있긴 한데 누가 봐도 더 나은 인물을 찾기 힘들듯한 아주 파워풀한 보컬리스트다. 밴드의 작곡자 Blake Ibanez와는 이미 크로스오버/데스래쉬 밴드 Fugitive에서 안면이 있는 사이고 이게 인연이 된듯.

 

Skourge는 Seth Gilmore가 Power Trip에 가입하기전 뛰고있던 역시 텍사스를 거점으로 하는 크로스오버/데스래쉬 밴드다. 게다가 사운드의 질감은 부인할 생각조차 없는 Power Trip 판박이..뭐 이쯤되면 준비된 스페어 보컬리스트였다 봐도 무리는 없을지도. 말은 이래도 Skourge의 사운드 역시 꽤나 호쾌하고 들을만하다. 리프메이킹 능력이나 질주감은 Power Trip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타격감이나 거의 빗다운 하드코어를 연상케할 정도로 눅진한 그루브는 더 낫다. 무엇보다 내 입맛엔 하드코어 버전의 John Tardy같은 Seth의 거칠고 막되먹은 보컬이 전형적인 스래쉬 보컬 느낌이었던 Riley보다는 낫게 들린다. 미안한 얘기지만..또 이 밴드가 재밌는점은 얼터너티브/모던 슈게이즈 밴드 Narrow Head의 멤버 두명이 여기서 활약중이라는 점이다. 요즘 뮤지션들 부업밴드 한두개 하는거 일도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취향은 또 신선한데..여튼 Power Trip도, Fugitive도, Skourge도 포기하기엔 아까운 밴드고 그렇다고 다하는건 무리일텐데 어떻게 굴러갈지는 사실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정규작이 기대되는건 Fugitive기는 하다. Power Trip신작도 당연히 기다리는데 Fugitive가 곡이 장난아니게 좋더라구..

 

Necrot - Lifeless Birth

뎃메럴이라면 일단 덮어놓고 좋아하고보는 나로서도 그닥 내키지않는 밴드가 더러 있긴 한데, 오클랜드의 멋대가리없는 트리오 Necrot이 그런 대표적인 밴드다. 아주 원형적인 프로토타입 시대에 가까운 데스+묘하게 펑크에 기반한 심플한 타격감을 잘 살리는 사운드를 구사하는 Necrot은 사실 실력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고 음악 또한 딱히 흠잡을데 없는 밴드인데 문제는 내가 물 한모금 없이 퍽퍽한 육포 뜯는듯한 사운드를 듣기가 좀 짜증난다는것..어쩜 이리 음악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없고 무미건조한건지, 게다가 'Blood Offering' 'Mortal' 그리고 신작인 'Lifeless Birth'까지 모든 앨범이 똑같다. 단지 신곡을 써서 레퍼토리를 늘릴뿐..다른걸 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으니 재탕이 어쩌구 말하는 의미가 없다. 멤버들이 Vastum이나 Mortuous같은 밴드들도 같이 뛰고 있는데 Necrot만큼 구질이 단조롭진 않지만 결국 카테고리는 거기서 거기..환장하는건 질적으론 그 밴드들의 음악도 꽤나 훌륭한 편이라는것. 진짜 처먹고 싸고 자는 시간 제외 뎃메럴을 듣고 만들며 연주하다 죽기로 작정한 수도자의 인생이라고밖에.. 어쨌건 내 입맛에선 살짝 벗어나있어 생트집을 좀 잡고 싶어도 결국 'Lifeless Birth'는 괜찮은 앨범이다. 외길인생 걷는 음악 잘하는 놈들이 만들었는데 나쁠리 있나..커리어가 이쯤되면 좀 멋스럽게 사운드를 꾸미고 싶을법도 한데 무서울만큼 헛짓거리가 없다. 오히려 개껌 하나를 하루종일 물고뜯는 뽀삐의 심정을 알것도 같은 충실감이 있다고 할까..조금은 동력이 덜해진 감은 있지만 애초에 우릴래야 우릴것도 없을 음악을 이렇게나 하고 있으니 리프와 악상들을 어디서 얻어오는건지 참.

 

DVNE - Voidkind

프록/포스트 메탈쪽으로 축이 훨씬 기운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건 모던 슬럿지의 기린아로 일컬어지는 스코틀랜드의 Dvne이 High on Fire와 같은 날에 신보를 들고 나타난건 공교로운 일이다. 쨌거나 메탈돼지들의 입장에선 둘을 비교하며 듣는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것.. Isis, Cult of Luna등이 구축한 포스트 메탈의 문법을 토대로 스토너 메탈의 끈적함과 크런치한 질감을 더하고 프록메탈의 다이나믹한 구성력, 거기에 브리티쉬 락 특유의 멜랑꼴리함+데까당스한 멜로디라인까지 더한 정말 비범하기 짝이 없는 사운드..가 말이 되냐면 적어도 폭발적인 데뷔작이었던 'Asheran'은 그렇게 들렸다. 프로그레시브화가 더 진행되고 지나치게 딱딱하면서도 멜로우한 분위기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꼭 Opeth나 BTBAM의 재미없던 시절 사운드같은 느낌이었던 'Etemen Ænka'은 조금 별로였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수준을 깎아내릴순 없을 앨범이었다.

 

'Voidkind'는 역시나 전작에서 부족했던 펀치력과 다이나믹함을 대폭 보강한다. 아무리 그래도 슬럿지 이전에 다이하드한 메탈러인 High on Fire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메탈러'로서 해줘야할 역치값은 있으니까..하쉬 보컬의 비중도 크게 늘렸는데 그렇다고 무리하는 느낌은 아니고, 이 밴드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만큼 날카로운 송라이팅이 한층 진일보했는데 프로기한 슬럿지/포스트 메탈의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 감각이 정말 휼륭하다고 할까. 감정만 100% 불바다인 High on Fire와 극도로 이성적이고 차분한 Dvne의 극명한 대비는 아주 재미있다. 곡을 전개하는 방식이 정교하지만 다소 격정적인 맛이 없고 너무 투명하고 깨끗하기만 한게 좀 맘에 안 들기도 한데 사실 그런 정도만 제외하면 음악 하나는 기차게 잘 만들기는 한다..도예 장인이 빚은 백자같이 청명한 사운드인데 맛깔나는 보컬리스트가 있었으면 화룡점정이 되었을텐데 그것만은 아쉬울 따름.

 

High on Fire - Cometh the Storm

Mastodon과 더불어 메탈업계에서도 주류에서 한참 벗어나있던 슬럿지/스토너 메탈을 필드 한가운데에 불러들인 쌍두마차 노릇을 한데다 기어이 그래미를 가져가는 초대형 밴드의 위치-정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건 덮어두고-까지 올라선 High on Fire의 업적이 대단한건 그렇다치고, 또 굉장히 꾸준한 페이스로 좋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표해오긴 했지만, 좀 질리는건 사실이었다. 데뷔 이후 변화를 썩 주지않는 밴드가 15~20년 가량 쉬지않고 달렸으니 그럴때가 되기는 했고..'Electric Messiah'이후 텀이 길어졌던것도 일종의 휴식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함이었을것..인데 뭐 Matt Pike는 그새를 못참고 Sleep과 Pike vs Automaton의 앨범을 내긴 했지만. 쨌거나 6년만에 High on Fire가 돌아왔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Des Kensel은 떠났으며 Melvins와 Big Business의 드러머였던 Coady Willis가 새로 합류했다.

 

사실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질감의 헤비니스와 흑마술/뽕맛 싸이키델리아의 어우러짐이 워낙 걸출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Luminiferous-Electric Messiah즈음에는 악곡의 단조로움이 꽤 아슬아슬한 수준에 이르렀었다는 생각인데..또 그 정점에서 그래미는 받았으니 참. 적당한 타이밍에 끊기는 잘 끊었지만 컴백작의 구성이 역시 걱정스럽기는 했다. 제일 만만한건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 때려부수는 타작 모드로 한 장 해치우는거긴 헌데..'Cometh the Storm'은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조금 놀라운 앨범이다. 신작은 엄청나게 활기를 되찾거나 달리는 앨범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여유가 넘치고 슬럿지 특유의 음험하고 마력적인 에너지를 한껏 뿜어내는 앨범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밴드의 음악력을 개조스로 보지 말라고 윽박지르는듯한 위엄있는 모습..너무 익숙해져 잊고 있었던 이 밴드 특유의 사람을 내려찍는 느낌마저 주는 살벌한 헤비니스까지 새삼스럽지만 사운드에 뭐 하나 비범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Sleep-High on Fire를 거치며 슬럿지 깎는 노인(이제 오십대 진입이니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은데 건강이 나쁜 탓인지 많이 늙수그레해보인다..오래된 알콜중독 문제가 있고 당뇨도 심하다고)을 넘어 무형문화재의 단계에 들어선 Matt Pike에게 경이를 표하지 않을수 없는데 이 양반 술이나 좀 끊어야 무탈하게 음악을 얻어들을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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