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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ax - Cursum Perfi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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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Placebo - Placebo Re:Created
- 2026.09.20 Februus / Vulnificus
- 2026.09.18 Devil Master / Atomic Aggressor
- 2026.09.13 Chat Pile - Who Loves the Sun 6
Anthrax - Cursum Perficio

나는 확실한 스래쉬 팬이지만 딱 잘라 말해서 Anthrax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의미야 없다지만 대체 무슨 근거로 그 많은 명밴드들을 제쳐두고 Big4의 말석을 자처하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Among the Living'말고 뭐가 있냐는 꼬운 심정, John Bush를 빨아먹고 내치는 구역질나는 방식이나 그 자리를 지상 최악의 보컬리스트 Joey Belladonna가 채우고 있는 이유 등에서다. 물론 사사로운 악감정과 별개로 뚜렷한 족적을 가진 대형밴드인것조차 부인하는건 어렵겠지만..걍 그렇다는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인성적인 면에서 잡음이 없는 메탈 뮤지션이야말로 희귀종이긴 하니 어거지는 맞다.
어쨌건 10년만에 새 앨범 'Cursum Perficio'가 발표되었다. 라틴어로 여정을 마무리하다..정도의 의미라는데, Charlie Benante의 발언에 따르자면 딱히 마지막 앨범인건 아니라고는 하나 앨범의 스근하게 회한에 잠긴듯한 분위기는 뭐랄까..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꽤 높아보인다. 평균나이 환갑을 넘긴 멤버들의 연배를 감안하면 이젠 물리적으로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앨범의 에너지와 풍성한 악곡은 확실히 말년기의 팬서비스 정도에 그치는 맥빠지는 사운드들과는 결이 다른건 사실. 전성기 스래쉬의 비중을 높였지만 후반기 헤비메탈 엣센스와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연주의 활기 역시 막차의 느낌은 아니다. 개똥 그 자체던 벨라도나의 보컬은 나이먹고 힘이 빠지니 오히려 듣기에 거슬림이 덜해진듯한..엄밀히 후반기 줄곧 고수해왔던 Anthrax표 헤비메탈의 연장선에 있기는 한데, 이 정도로 튼실하고 품격있는 사운드를 들려준 베테랑 밴드가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보면 인정할수밖에 없다. 방구석 오타쿠 따위가 평가절하할 짬은 아닌것..
Placebo - Placebo Re:Created

업계의 유행과도 같은 리마스터인지 리메이크인지 하여간 그걸 Placebo도 했다. 올해로 꼭 30년차가 된 작품이니 그럴만한 자격은 충분하다 싶다. 노하우의 부족으로 인해 발표 당시엔 뜻한바를 다 표현하지 못한 관계로 꽤 신경써서 작업했다는게 본인들의 의견. 단순히 음질을 개선하는것보다 기타나 신쓰를 추가하는등 좀 더 살을 붙인 버전이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주의깊게 듣지않으면 원작과의 차이가 그리 크게 와닿진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생명력있는 앨범을 한동안 내지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잊고 산 시간이 많은 밴드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무척 좋아하는 밴드였다. 브릿팝/얼터록/글램/펑크 등의 성분을 교묘하게 배합했다거나 하는 그럴듯한 이유와 별개로 Placebo 고유의 사운드는 참 뭐랄까..나에겐 노스탤지어를 굉장히 자극하는 묘한 밴드다. 에겐력 넘치는 울적한 멜로디와 Brian Molko의 간드러지는 중독적인 보컬, 뜬금없이 파워풀한 리듬섹션까지 매력적인 포인트가 무척 많았다. 리메이크 버전은 대체로 풍성하고 현대화된 사운드를 선보이는데..원작의 쟁글한 맛이 약해진게 싫은 팬들도 있긴 하겠다. 발표 당시엔 젠더 이슈를 다룬 '선정적'인 가사와 기괴한 몰골 같은 부분이 꽤나 화제가 되었다는 썰도 듣긴 했는데, 음악을 이렇게 하는데도 그딴게 이슈가 된다는게 생각해보면 웃픈 일이다. 아무튼간에 정말 오랜만에 듣는데도 참 좋다.
Februus / Vulnificus

Februus - Construction of Conflict
스웨덴 프록데스 밴드 Februus의 두번째 앨범. Andreas Karlsson의 원맨밴드다. Stargazer나 VoidCeremony류의 테크니컬 계열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음울하고 꼬롬한 멜로디 센스를 꽤나 브루탈한 사운드에 적절하게 녹여넣은..뭐랄까 프로그레시브까지 갈 건 없고 아방가르드 쪽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가내수공업 뎃메럴처럼 들린다. 특히 대놓고 드럼 머신으로 찍은 조악한 리듬섹션이 사운드의 불퉁한 맛을 한껏 살리는 대목은 Veilburner와 상당히 닮은 느낌이다. 걍 Veilburner의 데스 버전이라 해도 무방한 수준..마침 같은 Transcending Obscurity 소속이기도 하고. 맘에 드는 레이블을 몇개 지정해두고 한번씩 체크해주면 이렇게 물 좋은 신인들을 곧잘 낚을수 있다. 아주 매끄럽다고 할 단계는 아니지만 적당히 떡진 브루탈리티와 몽글몽글한 애트모를 꽤 먹을만하게 비벼놓았다.

Vulnificus - Inclination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Dead and Dripping이 아쉬워 Evan Daniele이 관여한 다른 뭐가 없을까 뒤적이던 차에 발견한 밴드. 에반은 여기서도 송라이팅은 물론 드럼, 기타, 보컬을 오가며 전방위적 활약을 하는 모양..아방가르드/테크메탈로 거의 넘어간 DaD와 달리 Vulnificus는 꽤나 오소독스한 불탈뎃을 구사하고 있다. 뭐랄까 기본 프링글스같은 맛인데..정확하게 원하던 바고 인상적이긴 하지만 또 너무 좀 기본맛같다는 생각은 든다. 굉장히 무겁고 쫄깃한 사운드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다. 미드템포 위주로 진행되는 와중 특히 리듬웤이 꽤나 타이트하고 중독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에반 다니엘이 관여한걸 감안하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느릿느릿 테크니컬한 조짐을 원하는 팬이라면 놓쳐선 안될 훌륭한 데뷔작.
Devil Master / Atomic Aggressor

Devil Master - Bloody Dreams
블랙큰롤이나 호러펑크 따위로 묘사되지만 실상 막장메탈 정도로 충분할듯한 필라델피아 인근의 병신밴드들이 좀 있는데..나로선 브레이크가 나간듯한 막가파인 Spiter나 Zorn같은 밴드에 비해 Devil Master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좀 애매했다고 할까. 펑크/헤비메탈/블랙의 다이나믹한 믹스..였으면 좋았겠지만 어느 관점에서도 슴슴하게 느껴지는 사운드였다. 신작은 한결 명료해진 느낌으로 돌아왔다. 어정쩡하게 포스트-펑크나 싸이키델릭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식의 잡스런 패턴은 깔끔하게 제거하고 심플하게 정돈된 악곡과 더욱 혹독해진 막장 귀곡메탈에 집중하면서 속도감까지 살아났다. 원래 좀 저급하고 구닥다리 냄새가 강해져야 맛이 살 스타일이니 말이지. 보컬 어레인지에 꽤나 신경 쓴것도 무드메이킹에 좋은 기능을 하고있고..다 좋은데 곁가지들을 쳐내다보니 앨범의 볼륨이 아쉽게 되었는데, 짧은게 아쉬운건 긍정적인 일이다.

Atomic Aggressor - The Occult Forces
무려 85년에 결성된 칠레 데스래쉬의 화석 Atomic Aggressor가 두번째 앨범을 냈다. 어마무시한 연식에 비해 상당히 빈곤한 디스코그래피기는 한데..그만큼 철저한 언더그라운드 밴드였지만 한번 해산 후 재결성해 정규작을 내기 시작한 과정을 보면 엄청난 활동의지를 가지고 있는건 틀림없다. 사운드는 Mortem과 같은 남미 데스래쉬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특유의 끈적함을 가지고 있지만 초기 뎃메럴의 우악스럽고 견고한 구조를 유지하는데 좀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빈티지한 정서의 데스래쉬를 현대적인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맛깔스럽게 포장한듯한..칼날같은 리프와 사악함 등등 장르의 기본적인 미덕을 매번 정답지만 내는 장학생처럼 대단히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다만 너무나 예측가능한 전개와 익숙한 텍스처를 가지다보니 듣는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건 아쉬우며..생각외로 달리는 파트가 적은것은 아마도 연배에서 비롯된 피치못할 사정일것.
Chat Pile - Who Loves the Sun

개인적으로 이 밴드는 있어보일만한 포인트를 절묘하게 찝어낸 플루크가 아닐까란 의심을 갖고있기도 했지만, 'Cool World'에서 그런건 깔끔하게 털어버렸다고 해도 문제없을것이다. 이제는 어엿한 헤비씬의 인기밴드..굉장히 불퉁한 느낌의 슬럿지를 근본으로 하지만 의외로 유연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생각외로 재주가 좋다고 할까. Jesus Lizard, Melvins, Korn, Godflesh등을 한솥에 넣고 끓인 잡탕인데 또 수챗구녕 음쓰만 주워먹고 산 듯한 음울함과 염세적인 분위기 역시 더할나위없이 매력적이다. 이것을 확장/보완해 나갈수 있을지가 매우 궁금할수밖에 없다.
신작 'Who Loves the Sun'은 크게 달라지진 않은것처럼 보이던 첫 인상과 달리 들을수록 부분부분의 디테일이 굉장히 세밀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슬럿지메탈의 우악스러움은 살짝 물린듯하면서도 원초적인 그루브는 강화되었고, 보컬라인이나 분위기 조성에 있어선 훨씬 풍성해졌다. 전작의 뉴메탈 바이브-뭐 딱 찝어서 Korn-보단 우울한 멜로디를 보다 전면에 내세우는 형태인데..워낙 절망적이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강해 도저히 말랑해졌다고는 못하겠는게 또 재미있는 포인트. 시적인 가사에 대한 찬사 또한 많은데 나로선 크게 관심없는 부분이라 뭐 그런갑다..다른건 몰라도 현재 가장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밴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추악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귀에 박히는 훅을 절묘하게 뽑아내는 점이 특히 뛰어나다고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