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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5.05 Atræ Bilis - Aumicide
  2. 2024.05.04 Mortal Decay - Forensic
  3. 2024.05.03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4. 2024.05.01 Skourge - Torrential Torment
  5. 2024.04.28 Necrot - Lifeless Birth

Atræ Bilis - Aumicide

캐나다는 Voivod-Gorguts-Cryptopsy등이 출현한 이래 테크니컬하고 지랄맞은 메탈의 총본산이 되거나 적어도 가장 진보적이고 열정적인 미치광이들을 꾸준히 배출해온 유서깊은 지방인걸 부인하긴 힘들것이다. 확실히 면학 분위기가 무섭고 엄마들이 학군 타령 하는 이유가 있는게 테크닉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심연을 넘나드는 뒤틀린 정서가 메탈을 만드는 디폴트처럼 자리잡아 버리니 생산되는 밴드들의 상태가 뭐..나로서는 축복의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수밖에. 어쨌든 캐나다 테크데스 & 올해 빳다만 뻗으면 2루타부터 시작하는 느낌인 20 Buck Spin 조합이니 밴쿠버의 Atrae Bilis는 음악을 듣지 않아도 지갑을 열수있는 조합이라 할수 있겠는데 사실 선공개된 곡을 들었을때 이미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너무나 맘에 쏘옥 들었기 때문에 뭐 허허.

 

캐나다 테크데스라는게 대단히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기는 하지만 또 그런만큼 이제 어지간해서는 테크닉에 몰빵하는 방식으론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않은것도 사실이다. 이미 연주머신에 가까운 괴물같은 연주자들이 즐비한 포화상태고 이제 난이도를 떠나 고도의 테크닉으로 마음을 휘어잡는 컨셉부터가 과연 의미있는 창작행위일지 미심쩍은 마당인데 이 밴드는 아무튼 그 쪽으로는 별반 뜻이 없어보여 다행. 혹자는 이들의 음악을 일컬어 Gorguts+Demilich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분명 괴팍한 톤의 사운드긴 하지만 그렇게 클래시컬(?)한 스타일의 음악은 아닌것같고..캐나다 테크데스 특유의 모호함과 불협화음, 음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과 디소넌트 메탈의 집요한 피킹 하모닉스 운용을 더하고 거기에 보컬은 슬램용 꿀꿀이에 리듬감은 데스코어의 그것이란 느낌. 요는 상당히 사짜 냄새가 강한 잡탕이란 느낌인데 군더더기없이 굉장히 깔끔하게 비벼놓았다. 밴드가 쓸데없는 테크닉이나 장황한 송라이팅에 별 미련이 없는 덕도 있을것이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Christian Donaldson이 워낙 깔끔하게 잘 뽑는 사람이니 그런것도 있을것이고..아무튼 뜯어보면 다 있던거긴 하고 아주 새로운 결론은 아니긴 한데, 조합이 신선하고 맛있는데다 이 정도면 꽤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한번 학군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올해 거의 신내린 수준인 20 Buck Spin의 연전연승 또한 계속된다..

 

Mortal Decay - Forensic

뎃메럴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고 보는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슬램이나 꿀꿀이가 극심한 불탈데스 스타일은 비교적 애정도가 약하긴 했다. 특히 슬램같은건 아예 거들떠도 안보던 최악의 형태의 음악도 아닌 무언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요즘은 어째선지 꽤 즐겁게 듣게 되었고 생각보다 들을만한 슬램을 하는 밴드도 더러 있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예전엔 그냥 소름끼칠 정도로 싫어서 한번 들어보는것조차 안되었으니 뭐.. 뉴저지의 Mortal Decay는 91년에 결성된 거의 화석에 가까운 고인물 불탈/테크데스 밴드인데 개인적인 기억으론 상당히 싫게 들렸던 꿀꿀이에 데뷔작인 'Sickening Erotic Fanaticism'의 절레절레하게 만드는 커버 이미지가 지레 '이딴건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선입견을 뇌리에 박아주었던지라..하여간 그런식의 뇌내 분류를 거쳐 기억에서 지웠던 밴드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밴드의 이름이 더 자주 목격되는 괴현상이 감지되었다. 아직 활동중인 밴드고 앨범을 많이 내진 못했지만 적어도 넷상에서의 뎃메럴팬들은 이 밴드에 대해 아주 꾸준하게 호평하고 있다는 느낌..

 

02년작이자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Forensic'은 내 기억이 어느 단계부터 잘못 되었던건지 한탄하게 만드는 놀라운 브루탈/테크데스다. 이들의 음악은 간단히 말해 딱 떠오르는 밴드들이 있다. Cryptopsy와 Necrophagist.. 그시절의 데스메탈이 다 그렇듯 Morbid Angel과 Death를 떠올리게 하는 기본코스 리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밴드는 올드스쿨보다는 오히려 재즈적인 터치들과 재기발랄한 구성들을 엮어넣는 솜씨가 출중하고 또 즐기는 느낌이다. 강도높은 꿀꿀이도 가능하지만 현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Johnny Paoline의 다채로운 보컬 역시 Lord Worm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분명 있고..홀린듯이 듣게되는 다이나믹한 구성의 곡들과 무자비하지만 맛깔스러운 연주력은 초기 Necrophagist를 저질 기름에 튀겨낸듯한 느낌. 물론 사운드적으로는 Suffocation이나 Dying Fetus, Defeated Sanity같은 동향의 업계 동료들이 훨씬 가깝겠지만 묘하게 Necrophagist의 현학적인 요소들을 닮은게 아주 흥미롭다. 사실 아주 직접적인 유사품인 Cryptopsy같은 밴드가 있었기는 하고 또 다소 하위호환에 가까운 느낌이었긴 했지만 후발주자였단 이유로 이 정도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정규작을 몇개 내지도 못했고 현재 소속된 Comatose도 Kraanium이나 Dehumanized등이 소속된 나름 나쁘지않은 레이블이라 해도..파이가 워낙 손바닥만한 업계다 보니 정말 1,2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것..은 새삼스런 얘기라 시간 낭비겠군. 그러게 커버아트 좀 성의있는걸 썼으면 나라도 진작 들었을거 아니유.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Punkthrone도 결국 한때의 Darkthrone이었고 초기의 블랙메탈팬이나 나같은 사짜팬이나 심드렁할 영역을 탐닉하는걸 보면 참 어지간히 마이웨이긴 하다. 뭐 펑크도 좋아하지만 애당초 광범위한 음악을 엄청나게 듣는데다 본인들의 음악을 블랙메탈로 분류하는것조차 불쾌해할 정도로 타고난 반골기질까지 더해진 결과..'그냥 메탈'이면 족하며 무슨무슨 어워드에서 상을 주겠다하면 역겹다며 치를 떠는 양반들이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거나 누구의 눈치를 살피며 음악을 만들리가 만무한건 당연한걸지도, 어쨌거나 펑크쓰론 이후의 다크쓰론은 뭔가 본인들 음악의 원류를 찾는 여정을 떠난 느낌이었는데 클래식 헤비메탈+둠+블랙 한스푼을 곁들인 좀 올드하지만 나름 느낌있는 사운드를 구사했다고 해야할까. 대체 뭘하고 자빠졌는지 모르겠는 Satyricon같은 경우에 비해선 그래도 훨씬 대중에 영합(?)하는 음악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별 관심없는 성향의 음악이기도 했고 단순히 지루하기도 하고 해서..신보 역시 전혀 기대는 없었고 다크쓰론 앨범이 또 나온다길래 그저 부지런하시네 생각만 들었지만.

 

'It Beckons Us All..'은 간만에 펑크쓰론의 팬들도 흥미롭게 들을만한 형태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트랜실배니안 헝거 타령하는 쪽의 사정은 알바아니고..여전히 NWOBHM/Celtic Frost스타일의 클래식 헤비메탈 기운이 강하긴 하지만 새 앨범은 유독 SF/코스믹한 분위기가 강조된듯한데 이걸 블랙메탈 특유의 차갑고 음험한 엣센스와 적당하게 비빈 느낌. 주제적인 측면에선 Inquisition하고도 비슷한 느낌일수 있겠는데 풀어내는건 훨씬 레트로한 방식..하여간 멜랑꼴리한 멜로디 감각도 나쁘지않고 리프야 원체 잘쓰는 밴드고 꾸덕한 프로덕션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게 다소 늘어지던 전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깔끔하게 치고 달리는것도 크러스트적인 요소가 다소 돌아온듯도 한데 마스터링을 맡은 Jack Control의 영향일까 어림짐작해보지만 이사람과는 'Old Star'같은것도 했었으니 뭐 새삼스럽게.. 암튼 결론은 의외로 괜찮게 들은 앨범이고 아직도 새로운 음악적 화두를 던지는 다크쓰론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는것. 특히 이제 완전히 무기력해진 느낌인 Ihsahn같은 사람에 비하면 더더욱...어흑

 

Skourge - Torrential Torment

Riley Gayle 생각이 난 김에..단물이 빠질대로 빠진 스래쉬 리바이벌의 끝물에 텍사스에 떨어진 핵폭탄 Power Trip은 하코펑크&쌩날것의 광폭한 스래쉬와의 기똥찬 크로스오버로 단박에 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는데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역시 활동기간에 비해 발표한 앨범이 너무나 적다는 점이 아닐수 없겠다. 드러머인 Chris Ulsh를 제외하곤 다른 밴드를 딱히 뛰는 멤버도 없고 라이브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그러던 와중 30대 중반도 안된 보컬 Riley Gayle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엔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사망당시엔 사인이 공개되지 않아 자살이라도 한걸까 지레짐작하는 팬들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려진 사인은 펜타닐 오버도즈로 인해 자다가 죽었다는 허탈한 소식이었고..원래 우울증과 약물 남용 병력이 있던 사람이었다고..아무튼 리드보컬&작사가를 잃은 밴드는 한동안 방황할수밖에 없었고 23년에 들어서야 드디어 새 보컬 Seth Gilmore가 가입한다. 라이브 멤버로 표기하는곳도 있긴 한데 누가 봐도 더 나은 인물을 찾기 힘들듯한 아주 파워풀한 보컬리스트다. 밴드의 작곡자 Blake Ibanez와는 이미 크로스오버/데스래쉬 밴드 Fugitive에서 안면이 있는 사이고 이게 인연이 된듯.

 

Skourge는 Seth Gilmore가 Power Trip에 가입하기전 뛰고있던 역시 텍사스를 거점으로 하는 크로스오버/데스래쉬 밴드다. 게다가 사운드의 질감은 부인할 생각조차 없는 Power Trip 판박이..뭐 이쯤되면 준비된 스페어 보컬리스트였다 봐도 무리는 없을지도. 말은 이래도 Skourge의 사운드 역시 꽤나 호쾌하고 들을만하다. 리프메이킹 능력이나 질주감은 Power Trip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타격감이나 거의 빗다운 하드코어를 연상케할 정도로 눅진한 그루브는 더 낫다. 무엇보다 내 입맛엔 하드코어 버전의 John Tardy같은 Seth의 거칠고 막되먹은 보컬이 전형적인 스래쉬 보컬 느낌이었던 Riley보다는 낫게 들린다. 미안한 얘기지만..또 이 밴드가 재밌는점은 얼터너티브/모던 슈게이즈 밴드 Narrow Head의 멤버 두명이 여기서 활약중이라는 점이다. 요즘 뮤지션들 부업밴드 한두개 하는거 일도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취향은 또 신선한데..여튼 Power Trip도, Fugitive도, Skourge도 포기하기엔 아까운 밴드고 그렇다고 다하는건 무리일텐데 어떻게 굴러갈지는 사실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정규작이 기대되는건 Fugitive기는 하다. Power Trip신작도 당연히 기다리는데 Fugitive가 곡이 장난아니게 좋더라구..

 

Necrot - Lifeless Birth

뎃메럴이라면 일단 덮어놓고 좋아하고보는 나로서도 그닥 내키지않는 밴드가 더러 있긴 한데, 오클랜드의 멋대가리없는 트리오 Necrot이 그런 대표적인 밴드다. 아주 원형적인 프로토타입 시대에 가까운 데스+묘하게 펑크에 기반한 심플한 타격감을 잘 살리는 사운드를 구사하는 Necrot은 사실 실력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고 음악 또한 딱히 흠잡을데 없는 밴드인데 문제는 내가 물 한모금 없이 퍽퍽한 육포 뜯는듯한 사운드를 듣기가 좀 짜증난다는것..어쩜 이리 음악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없고 무미건조한건지, 게다가 'Blood Offering' 'Mortal' 그리고 신작인 'Lifeless Birth'까지 모든 앨범이 똑같다. 단지 신곡을 써서 레퍼토리를 늘릴뿐..다른걸 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으니 재탕이 어쩌구 말하는 의미가 없다. 멤버들이 Vastum이나 Mortuous같은 밴드들도 같이 뛰고 있는데 Necrot만큼 구질이 단조롭진 않지만 결국 카테고리는 거기서 거기..환장하는건 질적으론 그 밴드들의 음악도 꽤나 훌륭한 편이라는것. 진짜 처먹고 싸고 자는 시간 제외 뎃메럴을 듣고 만들며 연주하다 죽기로 작정한 수도자의 인생이라고밖에.. 어쨌건 내 입맛에선 살짝 벗어나있어 생트집을 좀 잡고 싶어도 결국 'Lifeless Birth'는 괜찮은 앨범이다. 외길인생 걷는 음악 잘하는 놈들이 만들었는데 나쁠리 있나..커리어가 이쯤되면 좀 멋스럽게 사운드를 꾸미고 싶을법도 한데 무서울만큼 헛짓거리가 없다. 오히려 개껌 하나를 하루종일 물고뜯는 뽀삐의 심정을 알것도 같은 충실감이 있다고 할까..조금은 동력이 덜해진 감은 있지만 애초에 우릴래야 우릴것도 없을 음악을 이렇게나 하고 있으니 리프와 악상들을 어디서 얻어오는건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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