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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7 DVNE - Voidkind 2
  2. 2024.04.26 High on Fire - Cometh the Storm 4
  3. 2024.04.25 Selbst -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 2
  4. 2024.04.21 Decapitated - Cancer Culture
  5. 2024.04.20 Stampin' Ground - Carved from Empty Words

DVNE - Voidkind

프록/포스트 메탈쪽으로 축이 훨씬 기운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건 모던 슬럿지의 기린아로 일컬어지는 스코틀랜드의 Dvne이 High on Fire와 같은 날에 신보를 들고 나타난건 공교로운 일이다. 쨌거나 메탈돼지들의 입장에선 둘을 비교하며 듣는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것.. Isis, Cult of Luna등이 구축한 포스트 메탈의 문법을 토대로 스토너 메탈의 끈적함과 크런치한 질감을 더하고 프록메탈의 다이나믹한 구성력, 거기에 브리티쉬 락 특유의 멜랑꼴리함+데까당스한 멜로디라인까지 더한 정말 비범하기 짝이 없는 사운드..가 말이 되냐면 적어도 폭발적인 데뷔작이었던 'Asheran'은 그렇게 들렸다. 프로그레시브화가 더 진행되고 지나치게 딱딱하면서도 멜로우한 분위기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꼭 Opeth나 BTBAM의 재미없던 시절 사운드같은 느낌이었던 'Etemen Ænka'은 조금 별로였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수준을 깎아내릴순 없을 앨범이었다.

 

'Voidkind'는 역시나 전작에서 부족했던 펀치력과 다이나믹함을 대폭 보강한다. 아무리 그래도 슬럿지 이전에 다이하드한 메탈러인 High on Fire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메탈러'로서 해줘야할 역치값은 있으니까..하쉬 보컬의 비중도 크게 늘렸는데 그렇다고 무리하는 느낌은 아니고, 이 밴드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만큼 날카로운 송라이팅이 한층 진일보했는데 프로기한 슬럿지/포스트 메탈의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 감각이 정말 휼륭하다고 할까. 감정만 100% 불바다인 High on Fire와 극도로 이성적이고 차분한 Dvne의 극명한 대비는 아주 재미있다. 곡을 전개하는 방식이 정교하지만 다소 격정적인 맛이 없고 너무 투명하고 깨끗하기만 한게 좀 맘에 안 들기도 한데 사실 그런 정도만 제외하면 음악 하나는 기차게 잘 만들기는 한다..도예 장인이 빚은 백자같이 청명한 사운드인데 맛깔나는 보컬리스트가 있었으면 화룡점정이 되었을텐데 그것만은 아쉬울 따름.

 

High on Fire - Cometh the Storm

Mastodon과 더불어 메탈업계에서도 주류에서 한참 벗어나있던 슬럿지/스토너 메탈을 필드 한가운데에 불러들인 쌍두마차 노릇을 한데다 기어이 그래미를 가져가는 초대형 밴드의 위치-정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건 덮어두고-까지 올라선 High on Fire의 업적이 대단한건 그렇다치고, 또 굉장히 꾸준한 페이스로 좋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표해오긴 했지만, 좀 질리는건 사실이었다. 데뷔 이후 변화를 썩 주지않는 밴드가 15~20년 가량 쉬지않고 달렸으니 그럴때가 되기는 했고..'Electric Messiah'이후 텀이 길어졌던것도 일종의 휴식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함이었을것..인데 뭐 Matt Pike는 그새를 못참고 Sleep과 Pike vs Automaton의 앨범을 내긴 했지만. 쨌거나 6년만에 High on Fire가 돌아왔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Des Kensel은 떠났으며 Melvins와 Big Business의 드러머였던 Coady Willis가 새로 합류했다.

 

사실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질감의 헤비니스와 흑마술/뽕맛 싸이키델리아의 어우러짐이 워낙 걸출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Luminiferous-Electric Messiah즈음에는 악곡의 단조로움이 꽤 아슬아슬한 수준에 이르렀었다는 생각인데..또 그 정점에서 그래미는 받았으니 참. 적당한 타이밍에 끊기는 잘 끊었지만 컴백작의 구성이 역시 걱정스럽기는 했다. 제일 만만한건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 때려부수는 타작 모드로 한 장 해치우는거긴 헌데..'Cometh the Storm'은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조금 놀라운 앨범이다. 신작은 엄청나게 활기를 되찾거나 달리는 앨범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여유가 넘치고 슬럿지 특유의 음험하고 마력적인 에너지를 한껏 뿜어내는 앨범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밴드의 음악력을 개조스로 보지 말라고 윽박지르는듯한 위엄있는 모습..너무 익숙해져 잊고 있었던 이 밴드 특유의 사람을 내려찍는 느낌마저 주는 살벌한 헤비니스까지 새삼스럽지만 사운드에 뭐 하나 비범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Sleep-High on Fire를 거치며 슬럿지 깎는 노인(이제 오십대 진입이니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은데 건강이 나쁜 탓인지 많이 늙수그레해보인다..오래된 알콜중독 문제가 있고 당뇨도 심하다고)을 넘어 무형문화재의 단계에 들어선 Matt Pike에게 경이를 표하지 않을수 없는데 이 양반 술이나 좀 끊어야 무탈하게 음악을 얻어들을수 있을듯..

 

Selbst -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

남미의 노르웨이, 메탈 파라다이스 칠레가 기어이 블랙메탈까지..는 사실 Selbst는 칠레에 서식 중인 베네수엘라 밴드라고 한다. 남미에선 칠레가 비교적 경제사정이 괜찮고 또 메탈이 매우 활성화된 국가다보니 아마 브라질 정도를 제외한 남미 메탈 뮤지션은 야망이 있다면 서식처를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을터.. 멜로딕 블랙/포스트 블랙의 중간쯤 어딘가의 음악을 하는 Selbst는 데뷔작 이후 아시아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할거없이 음악만 괜찮으면 어디든 쫓아가서 끄집어내는 Debemur Morti의 눈에 들게된다. 근래엔 레이블의 효자상품이 아마도 포스트블랙 쪽인 모양이라 이 밴드의 음악이 상당히 입맛에 맞았던 모양..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는 세번째 앨범이 되는데, 확실히 밴드의 사운드가 궤도에 오른 느낌. 색소폰이 빠진 White Ward나 독기가 빠진 Mgla와 비슷하려나. 어느 정도 연주적 매력도 있는편이고, 격정적인 느낌의 클린보컬도 쓰고, 남미 특유의 애수띤 멜로디 라인도 괜찮고..하지만 본격적인 멜로딕 블랙으로 보기엔 공격성이 너무 떨어지고 또 포스트 블랙으로 보기엔 모던한 요소나 실험적인 시도가 없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감도 있다. 다만 달콤쌉쌀한 멜로디라인의 매력이 확실하다보니 이조차 특정한 요소에 민감하지 않고 소박한 맛을 내는것처럼 들려 호감을 주는 요소기도 하다. Alcest가 Mayhem만큼 사악하지 못해서 까이거나 하진 않는..? 뭐 아직은 신인에 가까운 위치이다보니 다소간 어정쩡한 부분은 크게 흠이 되지 못하는것도 같고 향후의 일은 향후에 생각하면 되겠지. 하여간 멜로딕/포스트블랙 계열을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쉬운 밴드가 될것은 분명해보인다. 이 업계가 왠지 흔히-그러니까 안 평범하다고-그렇듯 'N'이란 친구가 혼자 하고 있는 원맨밴드.

 

Decapitated - Cancer Culture

폴란드의 Decapitated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무지막지한 연주력으로 악명높았던 문자 그대로 테크니컬한 엘리트 데스메탈 집단..이긴 했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선 그 괴랄한 연주력에 비해 곡들이 참 풍미가 없다는 인상을 주는 밴드였다. 그래도 06년작 'Organic Hallucinosis'에서는 최초로 그루브 메탈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고 의외로 모던한 메탈러로서 괜찮은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며 연주 기예단에서 탈피하나 싶던 즈음 불의의 교통사고로 가공할 기량의 소유자였던 드러머 Vitek을 잃고 만다. 애석한 일이었지만 개인적 관심은 약해질수밖에 없었고 밴드 자체도 누가 정해주는건 아니지만 폴란드 국민 뎃메럴 밴드라는 타이틀도 엄청나게 치고 올라오던 Behemoth가 슬그머니..그 와중에 투어 돌던 밴드멤버들이 강간 혐의로 기소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재판까지 가진 않았다고 하나 뭐 꼬추 잘못 놀린 덕에 밴드가 박살날뻔한건 엄연한 사실.

 

어쨌거나 이 밴드가 아직 생존중이었다는걸 인지하게 된건 멤버 Vogg가 뜬금없이 Machine Head에 가입해 한동안 활동을 한 덕분인데 아무래도 겸업은 무리라고 생각해서인지 결국 탈퇴를 하긴 했지만 'Of Kingdom and Crown'에서 나름대로 활약. 또 그 즈음 해서 본작 'Cancer Culture'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게 꽤 괜찮다. 예전의 Decapitated에 비하면 같은 밴드의 음악이라곤 생각하기조차 힘든 수준.. 놀던 가닥이 있어서 분명 테크니컬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제 완전히 모던한 그루브메탈이나 멜로데스에 가까운 음악을 하고 있다. 반면에 고전적인 의미의 데스메탈다운 부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빈말로도 테크데스가 어쩌구는 못하겠는데..뭘하건 이 정도 완성도라면 문제될게 있을까 싶다. 여전히 'Decapitated'만의 풍미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쯤되면 그냥 팀 컬러가 그렇다고 해야될까, 적어도 사운드의 색깔 자체가 약하다는 점은 개선이 많이 되었다. 전반적인 곡들이 굉장히 캣치하고 멜로디나 완급조절이나 타격감이나 S급이라 할만한건 보이지 않지만 A이하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개운하고 타이트해서 언제라도 부담없이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앨범이다.

 

Stampin' Ground - Carved from Empty Words

세상 숭한짓들은 1등으로 뛰어가서 저지르는 섬나라놈들답게 밴드뮤직도 영국놈들이 못하는것도 안하는것도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텐데, 비교적 강세를 보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않나 싶은 메탈코어도 고대에 이 핵폭탄같던 밴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95년에 결성되어 Hatebreed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던 Cheltenham의 파워하우스 Stampin' Ground다. 이 밴드는 시기적으로 선구적인 위치에 있던 메탈릭 하드코어를 제대로 구사한 밴드기도 했지만, 브레잌다운과 질주를 반복하는 다소 무뇌한 기질-물론 그만큼 호쾌하고 말초적인 매력은 있었지만-이 강했던 북미의 메탈코어에 비해 이들의 사운드는 익스트림 메탈의 구조와 무게감을 보다 직접적으로 가져다 하드코어에 이식했단 느낌이다. 아무래도 Bolt Thrower같은 너무나 훌륭한 레퍼런스가 거의 옆동네에 있던것도 어쩐지 영향이 없지 않았을것만 같고..본작이 Hatebreed의 'Perseverance'보다 발표가 빨랐고 후속작인 'A New Darkness Upon Us'역시 'The Rise of Brutality'와 발표시기가 거의 비슷하니 시기적으로도 음악적 성취로도 이들은 파이오니어이자 유러피언 메탈코어의 대가리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싶으나 본격적으로 용틀임을 시작하려던 타이밍에 급작스런 해산을 해버린다..하필 주로 곡을 쓰던 멤버인 Ian Glasper가 그 즈음 결혼을 하고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밴드를 나가버렸고 대체를 못해 그대로 주저앉은셈. 멤버들은 이후 Romeo Must Die, Warwound, Sun of the Endless Night등 이런저런 밴드들을 부지런히 굴렸으나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한걸 보면 운때가 잘 맞는 밴드를 잡는게 역시 쉬운게 아닌데 가족이 먼저라는걸 말릴 도리야 없었다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든다..14년에 잠시 재결성해 라이브를 좀 하기는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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