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on Fire - Cometh the Storm

Mastodon과 더불어 메탈업계에서도 주류에서 한참 벗어나있던 슬럿지/스토너 메탈을 필드 한가운데에 불러들인 쌍두마차 노릇을 한데다 기어이 그래미를 가져가는 초대형 밴드의 위치-정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건 덮어두고-까지 올라선 High on Fire의 업적이 대단한건 그렇다치고, 또 굉장히 꾸준한 페이스로 좋은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표해오긴 했지만, 좀 질리는건 사실이었다. 데뷔 이후 변화를 썩 주지않는 밴드가 15~20년 가량 쉬지않고 달렸으니 그럴때가 되기는 했고..'Electric Messiah'이후 텀이 길어졌던것도 일종의 휴식기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함이었을것..인데 뭐 Matt Pike는 그새를 못참고 Sleep과 Pike vs Automaton의 앨범을 내긴 했지만. 쨌거나 6년만에 High on Fire가 돌아왔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Des Kensel은 떠났으며 Melvins와 Big Business의 드러머였던 Coady Willis가 새로 합류했다.

 

사실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질감의 헤비니스와 흑마술/뽕맛 싸이키델리아의 어우러짐이 워낙 걸출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Luminiferous-Electric Messiah즈음에는 악곡의 단조로움이 꽤 아슬아슬한 수준에 이르렀었다는 생각인데..또 그 정점에서 그래미는 받았으니 참. 적당한 타이밍에 끊기는 잘 끊었지만 컴백작의 구성이 역시 걱정스럽기는 했다. 제일 만만한건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 때려부수는 타작 모드로 한 장 해치우는거긴 헌데..'Cometh the Storm'은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조금 놀라운 앨범이다. 신작은 엄청나게 활기를 되찾거나 달리는 앨범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여유가 넘치고 슬럿지 특유의 음험하고 마력적인 에너지를 한껏 뿜어내는 앨범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밴드의 음악력을 개조스로 보지 말라고 윽박지르는듯한 위엄있는 모습..너무 익숙해져 잊고 있었던 이 밴드 특유의 사람을 내려찍는 느낌마저 주는 살벌한 헤비니스까지 새삼스럽지만 사운드에 뭐 하나 비범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Sleep-High on Fire를 거치며 슬럿지 깎는 노인(이제 오십대 진입이니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은데 건강이 나쁜 탓인지 많이 늙수그레해보인다..오래된 알콜중독 문제가 있고 당뇨도 심하다고)을 넘어 무형문화재의 단계에 들어선 Matt Pike에게 경이를 표하지 않을수 없는데 이 양반 술이나 좀 끊어야 무탈하게 음악을 얻어들을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