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NE - Voidkind

프록/포스트 메탈쪽으로 축이 훨씬 기운 느낌이긴 하지만 어쨌건 모던 슬럿지의 기린아로 일컬어지는 스코틀랜드의 Dvne이 High on Fire와 같은 날에 신보를 들고 나타난건 공교로운 일이다. 쨌거나 메탈돼지들의 입장에선 둘을 비교하며 듣는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것.. Isis, Cult of Luna등이 구축한 포스트 메탈의 문법을 토대로 스토너 메탈의 끈적함과 크런치한 질감을 더하고 프록메탈의 다이나믹한 구성력, 거기에 브리티쉬 락 특유의 멜랑꼴리함+데까당스한 멜로디라인까지 더한 정말 비범하기 짝이 없는 사운드..가 말이 되냐면 적어도 폭발적인 데뷔작이었던 'Asheran'은 그렇게 들렸다. 프로그레시브화가 더 진행되고 지나치게 딱딱하면서도 멜로우한 분위기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꼭 Opeth나 BTBAM의 재미없던 시절 사운드같은 느낌이었던 'Etemen Ænka'은 조금 별로였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수준을 깎아내릴순 없을 앨범이었다.

 

'Voidkind'는 역시나 전작에서 부족했던 펀치력과 다이나믹함을 대폭 보강한다. 아무리 그래도 슬럿지 이전에 다이하드한 메탈러인 High on Fire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메탈러'로서 해줘야할 역치값은 있으니까..하쉬 보컬의 비중도 크게 늘렸는데 그렇다고 무리하는 느낌은 아니고, 이 밴드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만큼 날카로운 송라이팅이 한층 진일보했는데 프로기한 슬럿지/포스트 메탈의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 감각이 정말 휼륭하다고 할까. 감정만 100% 불바다인 High on Fire와 극도로 이성적이고 차분한 Dvne의 극명한 대비는 아주 재미있다. 곡을 전개하는 방식이 정교하지만 다소 격정적인 맛이 없고 너무 투명하고 깨끗하기만 한게 좀 맘에 안 들기도 한데 사실 그런 정도만 제외하면 음악 하나는 기차게 잘 만들기는 한다..도예 장인이 빚은 백자같이 청명한 사운드인데 맛깔나는 보컬리스트가 있었으면 화룡점정이 되었을텐데 그것만은 아쉬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