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G'에 해당되는 글 436건

  1. 2024.05.11 Vargrav - The Nighthold
  2. 2024.05.10 Full of Hell - Coagulated Bliss
  3. 2024.05.08 Cemetery Skyline - In Darkness 2
  4. 2024.05.05 Atræ Bilis - Aumicide
  5. 2024.05.04 Mortal Decay - Forensic

Vargrav - The Nighthold

핀란드의 Vargrav는 V-KhaoZ의 솔로 프로젝트로 출발한 심포닉 블랙밴드다. 이 밴드의 특징이자 강점이라면 역시 90년대 중후반 즈음의 키보드 떡칠된 '그 심포닉' 블랙의 맛을 아주 철저하게 재현했다는 점이겠는데, 구현도가 그시절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함박웃음이 절로 지어질 정도로 시대착오적이라는게 장점이자 단점일수 있겠다. 장르의 아이콘이었던 변질되기 이전의 Emperor나 Dimmu Borgir는 물론, Limbonic Art나 Odium의 이름까지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르의 아이코닉한 정서인 중세적/코스믹한 분위기 창출에도 능하고 끝없이 뇌절하는 감은 있지만 집요한 트레몰로 리프도 나쁘지 않고, 하여간 그 시절 사운드의 향수를 느끼는 차원에선 아주 좋은 점수를 줄수 있겠고 또 장르의 대표적인 장점들을 두루 포섭하고 있다는것도 대단한 역량이라 생각은 되지만..좀 더 나은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감상할수 있다는 점 외에 달리 튀는 점이 없다는 느낌도 들긴 한다. 엄밀히 선배들만큼 사악하거나 광활하진 못한 좀 얄팍한 버전이라..두루 잘 핥았지만 수박 겉핥기기는 하다는 생각. 본작부터는 Satanic Warmaster/Moonsorrow출신의 인원들을 정규멤버로 맞아들였는데도 보다 정돈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 외에 혼자 할때에 비해 그리 발전된게 보이지 않는것도 아쉬운 부분이고.. 어쨌거나 다소간의 아쉬움을 덮어놓고보면 현시점에 이런 밴드의 존재는 그래도 상당히 반갑게 느껴지는건 사실이다. 추억팔이로도 나쁘지않고 새로운 팬을 창출할수도 있을거고 또 실력은 분명해보이는 밴드니 향후 발전의 여지도 충분히 있어보인다. 이미 연배가 적지 않은게 함정이지만..

 

Full of Hell - Coagulated Bliss

데뷔당시만 해도 블랙큰 하드코어의 마지막 기수처럼 보이던 Full of Hell은 이내 그저 '익스트림 메탈 토탈패키지'로 보는게 오히려 맞춤해보일 정도로 좀 복합적인 성향을 가진 밴드임을 드러내보였다. Profound Lore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악명높은 노이즈 씹지랄계의 고인물 Merzbow라던가 The Body와의 콜라보를 한바가 있었으니 드러냈다기보다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게 맞겠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그라인드/한때 크게 유행하던 Converge스타일의 하드코어였긴 한데 하쉬 노이즈/매스코어/슬럿지 등으로 엄청나게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행보를 보였다. 뭐 그게 나쁘다는건 아니고 스타일을 해치는 느낌은 그다지 없었기에 실제 사운드도 그리 난잡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사악하게 달리는 하드코어/그라인드 사운드를 좋아한것뿐인데다 '엑스페리멘탈한 노이즈 씹지랄'을 특히나 헤비뮤직에 끼얹는걸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에..내게 용인가능한 노이즈는 NIN이나 Melt-Banana정도뿐이라서.. 안 그래도 밴드의 음악이 슬슬 물려가던 차에 꽤나 심한 슬럿지/둠/드론밴드인 Primitive Man과의 협연까지 갔던건 개인적으론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었다만은.

 

역시나 독하고 끈적한 데스그라인드 밴드지만 좀 더 즐겜 느낌이 강한 Jarhead Fertilizer의 인상적인 신보에 이어 얼마되지 않아 내놓은 'Coagulated Bliss'는 뜻밖에 놀자판 모드다. 그렇다고 독기가 없거나 앨범을 엉망으로 만들었단 얘기는 아니고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한결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적어도 지금까지 본인들 작품들중에 어느때보다 진지빠는 심각함이 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한듯한 음악. 비교적 프리하고 원초적인 하드코어 펑크의 기운이 강해진 사운드인데 극초기 Converge풍의 메탈코어 사운드와도 또 좀 다르다. 그렇다고 그동안 해왔던 일렉트로닉스나 노이즈 트랙들을 포기하진 않고 짬짬이 끼워넣어 앨범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고..음악을 갈수록 비비꼬고 요상한 방향으로만 키워가던 이들이 어쩐일인가는 싶은데 어쨌든 꽤 즐겁게 들리긴 한다. 뭐 생각해보면 이들도 비슷한 포맷으로 오래하긴 했으니 한번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해봤을수도 있고, 또 어떻게보면 사소한 변화라도 줘서 동어반복은 안하는게 강박적인 수준인 밴드인데 새로운걸 찾아다니던 기존의 루틴을 그냥 반복하는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탐구하는 자세나 결론을 내는 실력이나 결국 괜찮은 집단이라는 결론. 하긴 세세한 방향성이 좀 맘에 안 들었다 뿐이지 딱히 질이 떨어지는 앨범을 냈던적은 없긴 하다.

 

Cemetery Skyline - In Darkness

 

노르딕 팝이 팝계의 주요 트렌드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소리나 Einar Solberg와 Ihsahn듀오의 프록/아트팝으로의 변화-Ihsahn은 중간에 시위성 앨범을 내긴 했지만-등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업계에 이러한 흐름을 맞춤하게 탈수있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하는것이었는데 뭐 예테보리의 꿀성대 Mikael Stanne얘기다. Dark Tranquillity에서도 진작부터 고딕 스타일의 팝 선율과 그윽한 클린보컬을 선보여왔던지라 본인 입장에선 그리 낯선 시도도 아닐것이고..Niklas Sundin이 이탈하던 시점 즈음해선 Mikael도 DT의 활동에 애정이 식은건지 단순히 물린건지-듣는 나도 슬 물리는데 하는 사람이야 오죽할까 싶다만은- Halo Effect나 Grand Cadaver등 미친듯이 다른 밴드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DT의 팬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했을 'Mikael Stanne이 이런 밴드를 하면 괜찮을텐데'같은 사운드를 들고 나온 팝/고딕밴드 Cemetery Skyline이 등장하고 말았다. 대기업 취직하자마자 곡작업까지 떠맡은건 좋은데 정작 사장은 시큰둥하니 Johan Reinholdz의 입장은 참으로 거시기하게 되었지만.. 그나저나 이 밴드 멤버 면면이 엄청나다. Markus Vanhala(Insomnium/Omnium Gatherum), Vesa Ranta(Sentenced), Santeri Kallio(Amorphis)..이름값에 비하면 좀 미적지근한 감도 있지만 또 벌컥벌컥 들이키게 되는 숭늉같은 맛도 있고..Halo Effect의 앨범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결국 앨범은 꽤 들을만했으니 이 밴드도 비슷한 결론으로 가지않을까 싶다. 악상이 활화산같이 뿜어져나오거나 눈 튀어나오게 새로운 뭐가 나올일은 없겠지만 음악을 못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으니 뭐..정규작을 기다려보면 될것. 나는 DT신보보다 이 밴드가 더 기다려진다.

Atræ Bilis - Aumicide

캐나다는 Voivod-Gorguts-Cryptopsy등이 출현한 이래 테크니컬하고 지랄맞은 메탈의 총본산이 되거나 적어도 가장 진보적이고 열정적인 미치광이들을 꾸준히 배출해온 유서깊은 지방인걸 부인하긴 힘들것이다. 확실히 면학 분위기가 무섭고 엄마들이 학군 타령 하는 이유가 있는게 테크닉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심연을 넘나드는 뒤틀린 정서가 메탈을 만드는 디폴트처럼 자리잡아 버리니 생산되는 밴드들의 상태가 뭐..나로서는 축복의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수밖에. 어쨌든 캐나다 테크데스 & 올해 빳다만 뻗으면 2루타부터 시작하는 느낌인 20 Buck Spin 조합이니 밴쿠버의 Atrae Bilis는 음악을 듣지 않아도 지갑을 열수있는 조합이라 할수 있겠는데 사실 선공개된 곡을 들었을때 이미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너무나 맘에 쏘옥 들었기 때문에 뭐 허허.

 

캐나다 테크데스라는게 대단히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기는 하지만 또 그런만큼 이제 어지간해서는 테크닉에 몰빵하는 방식으론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않은것도 사실이다. 이미 연주머신에 가까운 괴물같은 연주자들이 즐비한 포화상태고 이제 난이도를 떠나 고도의 테크닉으로 마음을 휘어잡는 컨셉부터가 과연 의미있는 창작행위일지 미심쩍은 마당인데 이 밴드는 아무튼 그 쪽으로는 별반 뜻이 없어보여 다행. 혹자는 이들의 음악을 일컬어 Gorguts+Demilich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분명 괴팍한 톤의 사운드긴 하지만 그렇게 클래시컬(?)한 스타일의 음악은 아닌것같고..캐나다 테크데스 특유의 모호함과 불협화음, 음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과 디소넌트 메탈의 집요한 피킹 하모닉스 운용을 더하고 거기에 보컬은 슬램용 꿀꿀이에 리듬감은 데스코어의 그것이란 느낌. 요는 상당히 사짜 냄새가 강한 잡탕이란 느낌인데 군더더기없이 굉장히 깔끔하게 비벼놓았다. 밴드가 쓸데없는 테크닉이나 장황한 송라이팅에 별 미련이 없는 덕도 있을것이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Christian Donaldson이 워낙 깔끔하게 잘 뽑는 사람이니 그런것도 있을것이고..아무튼 뜯어보면 다 있던거긴 하고 아주 새로운 결론은 아니긴 한데, 조합이 신선하고 맛있는데다 이 정도면 꽤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한번 학군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올해 거의 신내린 수준인 20 Buck Spin의 연전연승 또한 계속된다..

 

Mortal Decay - Forensic

뎃메럴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고 보는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슬램이나 꿀꿀이가 극심한 불탈데스 스타일은 비교적 애정도가 약하긴 했다. 특히 슬램같은건 아예 거들떠도 안보던 최악의 형태의 음악도 아닌 무언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요즘은 어째선지 꽤 즐겁게 듣게 되었고 생각보다 들을만한 슬램을 하는 밴드도 더러 있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예전엔 그냥 소름끼칠 정도로 싫어서 한번 들어보는것조차 안되었으니 뭐.. 뉴저지의 Mortal Decay는 91년에 결성된 거의 화석에 가까운 고인물 불탈/테크데스 밴드인데 개인적인 기억으론 상당히 싫게 들렸던 꿀꿀이에 데뷔작인 'Sickening Erotic Fanaticism'의 절레절레하게 만드는 커버 이미지가 지레 '이딴건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선입견을 뇌리에 박아주었던지라..하여간 그런식의 뇌내 분류를 거쳐 기억에서 지웠던 밴드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밴드의 이름이 더 자주 목격되는 괴현상이 감지되었다. 아직 활동중인 밴드고 앨범을 많이 내진 못했지만 적어도 넷상에서의 뎃메럴팬들은 이 밴드에 대해 아주 꾸준하게 호평하고 있다는 느낌..

 

02년작이자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Forensic'은 내 기억이 어느 단계부터 잘못 되었던건지 한탄하게 만드는 놀라운 브루탈/테크데스다. 이들의 음악은 간단히 말해 딱 떠오르는 밴드들이 있다. Cryptopsy와 Necrophagist.. 그시절의 데스메탈이 다 그렇듯 Morbid Angel과 Death를 떠올리게 하는 기본코스 리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밴드는 올드스쿨보다는 오히려 재즈적인 터치들과 재기발랄한 구성들을 엮어넣는 솜씨가 출중하고 또 즐기는 느낌이다. 강도높은 꿀꿀이도 가능하지만 현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Johnny Paoline의 다채로운 보컬 역시 Lord Worm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분명 있고..홀린듯이 듣게되는 다이나믹한 구성의 곡들과 무자비하지만 맛깔스러운 연주력은 초기 Necrophagist를 저질 기름에 튀겨낸듯한 느낌. 물론 사운드적으로는 Suffocation이나 Dying Fetus, Defeated Sanity같은 동향의 업계 동료들이 훨씬 가깝겠지만 묘하게 Necrophagist의 현학적인 요소들을 닮은게 아주 흥미롭다. 사실 아주 직접적인 유사품인 Cryptopsy같은 밴드가 있었기는 하고 또 다소 하위호환에 가까운 느낌이었긴 했지만 후발주자였단 이유로 이 정도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정규작을 몇개 내지도 못했고 현재 소속된 Comatose도 Kraanium이나 Dehumanized등이 소속된 나름 나쁘지않은 레이블이라 해도..파이가 워낙 손바닥만한 업계다 보니 정말 1,2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것..은 새삼스런 얘기라 시간 낭비겠군. 그러게 커버아트 좀 성의있는걸 썼으면 나라도 진작 들었을거 아니유.

 

prev 1 2 3 4 5 ··· 88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