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of Hell - Coagulated Bliss
데뷔당시만 해도 블랙큰 하드코어의 마지막 기수처럼 보이던 Full of Hell은 이내 그저 '익스트림 메탈 토탈패키지'로 보는게 오히려 맞춤해보일 정도로 좀 복합적인 성향을 가진 밴드임을 드러내보였다. Profound Lore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악명높은 노이즈 씹지랄계의 고인물 Merzbow라던가 The Body와의 콜라보를 한바가 있었으니 드러냈다기보다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게 맞겠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그라인드/한때 크게 유행하던 Converge스타일의 하드코어였긴 한데 하쉬 노이즈/매스코어/슬럿지 등으로 엄청나게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행보를 보였다. 뭐 그게 나쁘다는건 아니고 스타일을 해치는 느낌은 그다지 없었기에 실제 사운드도 그리 난잡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사악하게 달리는 하드코어/그라인드 사운드를 좋아한것뿐인데다 '엑스페리멘탈한 노이즈 씹지랄'을 특히나 헤비뮤직에 끼얹는걸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에..내게 용인가능한 노이즈는 NIN이나 Melt-Banana정도뿐이라서.. 안 그래도 밴드의 음악이 슬슬 물려가던 차에 꽤나 심한 슬럿지/둠/드론밴드인 Primitive Man과의 협연까지 갔던건 개인적으론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었다만은.
역시나 독하고 끈적한 데스그라인드 밴드지만 좀 더 즐겜 느낌이 강한 Jarhead Fertilizer의 인상적인 신보에 이어 얼마되지 않아 내놓은 'Coagulated Bliss'는 뜻밖에 놀자판 모드다. 그렇다고 독기가 없거나 앨범을 엉망으로 만들었단 얘기는 아니고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한결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적어도 지금까지 본인들 작품들중에 어느때보다 진지빠는 심각함이 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한듯한 음악. 비교적 프리하고 원초적인 하드코어 펑크의 기운이 강해진 사운드인데 극초기 Converge풍의 메탈코어 사운드와도 또 좀 다르다. 그렇다고 그동안 해왔던 일렉트로닉스나 노이즈 트랙들을 포기하진 않고 짬짬이 끼워넣어 앨범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고..음악을 갈수록 비비꼬고 요상한 방향으로만 키워가던 이들이 어쩐일인가는 싶은데 어쨌든 꽤 즐겁게 들리긴 한다. 뭐 생각해보면 이들도 비슷한 포맷으로 오래하긴 했으니 한번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해봤을수도 있고, 또 어떻게보면 사소한 변화라도 줘서 동어반복은 안하는게 강박적인 수준인 밴드인데 새로운걸 찾아다니던 기존의 루틴을 그냥 반복하는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탐구하는 자세나 결론을 내는 실력이나 결국 괜찮은 집단이라는 결론. 하긴 세세한 방향성이 좀 맘에 안 들었다 뿐이지 딱히 질이 떨어지는 앨범을 냈던적은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