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G'에 해당되는 글 436건

  1. 15:14:52 Cloud Rat - Threshold
  2. 2024.05.18 Phlebotomized - Clouds of Confusion
  3. 2024.05.17 Knocked Loose - You Won't Go Before You're Supposed To 2
  4. 2024.05.15 The Haunted - Strength in Numbers
  5. 2024.05.12 Anti-God Hand - Blight Year

Cloud Rat - Threshold

디트로이트의 조금 잡스러운 3인조 그라인드코어 밴드인 Cloud Rat은 09년에 결성한 꽤 실력있는 중견인데다 엄청나게 다작을 하는 밴드에 또 어그로가 무지하게 쏠리는 프론트우먼을 앞세운 밴드치곤 인지도가 그리 높은 느낌은 아닌데, 일단 본인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는 의지가 그다지 없어보이고 음악 자체가 그라인드가 아니라고 할순 없지만 그라인드처럼 들리지는 않는 상당히 미묘한 뉘앙스의 음악을 하고 있는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간의 평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좋은 편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정돈가..하는 편이고 뭐 여튼. 이 밴드는 주로 뎃메럴을 위시로 한 익스트림메탈+하코펑크라는 전통적인 의미의 그라인드코어 공식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정말 1나노그램도 데스 냄새가 나지 않는 요상한 그라인드라고 할까, 리프를 쓰는 감각은 철저한 하코펑크나 크러스트의 그것일뿐이고 추가되는건 스크리모나 슬럿지, 인디락 스타일의 갬성과 질감이 대부분..여자보컬인 Madison Marshall의 보컬 역시 수준급의 갈아마시는 삵쾡이보컬을 들려주긴 하지만 히스테릭한 감정표현에 더 맞춤한 느낌이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이 밴드의 음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급의 그라인드코어로 격상시키는건 정말 살벌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드러머 Brandon Hill의 힘이라고 생각. 앨범을 듣다보면 이따금 앳모스페릭한 Discordance Axis를 듣는것같은 착각(?)마저 드는데 드러밍 때문에라도 이 밴드를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할수 있을 정도. 사실 이 정도의 밴드에 남아있기엔 아까운 인물..이란 생각이 드는데 여기가 가급적 잘 안풀려야 다른데서 만나볼수 있을려나ㄲㄲ

 

Phlebotomized - Clouds of Confusion

네덜란드의 Phlebotomized는 아주 이상한 밴드였다..Cynic이라는 오파츠적 존재 외엔 지극히 평범한 올드스쿨 데스가 판을 치던 90년대 초반에 클린보컬/키보드/신쓰를 동원해 프록/아방가르드/둠/심포닉데스의 가능성을 시험하던 파이오니어 기질이 철철 흘러넘치던 독특한 밴드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뎃메럴 버전의 Ihsahn이나 Devin Townsend, Dodheimsgard같은 존재였다고도 할수있을까? 허나 인류에게 아직 이른 밴드였다,고 마냥 빨아주기엔 이들의 실험은 조악했고 방대한데다 급발진 일색이었다.. 창의적이고 독특했지만 어느 면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은 갖추지 못했고 밴드는 97년에 일찌감치 해체, 2013년에 재결성하기까지 오랫동안 침묵해야했고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딱히 없었다.

 

허나 유일한 원년멤버이자 밴드의 브레인-이자 뒤틀린 탐구심의 원천인- Tom Palms는 새 멤버 6명을 뽑아들고 기어이 밴드를 부활시키고 만다. 재결성 이후 'Deformation of Humanity'부터 본작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택하는 방법론은 아주 멀끔한 다이어트다. 다소 중구난방이던 너저분한 실험적 요소들-뭐 더이상 그렇게 실험적인 요소들이 아니기도 하고-은 걷어버리고 절대로 포기할수 없는 키보드/신쓰 만은 유지한 묵직하고 드라마틱한 데스메탈,이 새 Phlebotomized사운드의 골자가 되겠다. 어쩌다보니 젊은애들한테 유행하는 심포닉 데스코어 사운드와 일맥상통하는 감도 있는 묘한 느낌인데 아무렴 어떤가 원님 덕에 나팔도 좀 불어보고 하는거지 뭐. 이쪽은 만지던 세월이 세월인지라 중후함과 멜랑콜리의 강도가 다르다..깔끔하게 뽑아내는 멜로디의 훅조차 어지간한 멜로데스 밴드 못지않은데 재주많은 뮤지션이 그동안 아쉬움이 참으로 많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하고싶은것이 너무 많았던게 병이 된 비운의 케이스가 아닐런지. 좀 더 차근차근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여간 꽤 많이 덜어냈는데도 워낙 덕지덕지하던 밴드라 심심하진 않다. 올해의 앨범 한자리는 주고도 남을 앨범이었는데 재결성 자체를 몰랐으니..

 

Knocked Loose - You Won't Go Before You're Supposed To

Knocked Loose는 진작부터 눈에 확 띄일 정도로 빗다운/메탈릭 하드코어 계열의 젊은 밴드중엔 곡을 쓰는 감각이 날카로웠고 덕분에 일찌감치 Pure Noise의 스타밴드로 떠올랐다. 캣치한 그루브와 첨예한 리프들을 조화시키는 재주가 뛰어난 한편 지나친 Will Putney 의존이라던가 집요하다못해 뇌절의 한계를 시험하는듯한 무한 브레잌다운이라던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역대 가장 짜증나는 하드코어 보컬이 아닐까 싶은 Bryan Garris의 거지같은 보컬같은 몇몇 약점들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 젊은 밴드답게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앨범을 발표할때마다 확연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가장 치명적 약점인 브레잌다운 남발이 곡을 다루는 패턴 자체가 풍부해지면서 자연히 줄어들었던게 특히 긍정적이었다 생각. 5년만의 정규작 'You Won't Go Before You're Supposed To'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앨범이라 할수 있겠는데, 좋은 밴드지만 전형적인 하드코어 밴드로 남을지 혹은 그 이상으로도 확장할수 있을지 슬슬 쇼부를 봐야할 시점이란 느낌.

 

신보의 Knocked Loose는 대단히 새로운 무언가를 들고 나오진 않았지만 현재 할수 있는 모든걸 다 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30분안에 때려박는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Will Putney대신 Motionless in White, Ice Nine Kills, Bad Wolves등과 작업했던 Drew Fulk가 처음으로 엔지니어로 기용되었고 Poppy(?), Chris Motionless가 게스트로 등장.. 새 앨범은 메탈코어/빗다운 하드코어 정체성을 잃지 않는선에서 최대한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를 담아내려한 모습이다. 지옥같은 브레잌다운과 댄서블한 그루브/눅눅한 리프들로만 오밀조밀 꾸미던 초기작을 좋게 생각하던 팬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정말 메인스트림 락차트에 오르내리고 라디오에서 틀어제껴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음악이 굉장히 풍성해지고 캣치해진데다 깔 자체가 세련되게 재단된 느낌. 중반부 이후부터 등장하는 멜로딕한 터치들은 이전 ep에서도 그렇고 많은 비중이 할애되진 않았지만 꽤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듯하다. 장르에서 금기시되어왔던 부분들을 스리슬쩍 들여와 어색하지않게 사운드에 녹여넣고 있는데 분명 긍정적인 시도들이라고 느껴진다. 이 업계 특유의 정통성 고집하는 밴드들과 끔찍할 정도로 지겨운 음악들의 수많은 전례는 굳이 되새김질할 필요까진 없을듯.. Boundaries의 새앨범을 들으면서 올해는 무슨무슨코어로 이보다 낫기는 힘들겠군 싶었는데 빨리도 앞질러버린다. 이제 보컬만 바꾸면 되겠는데..Poppy로 쭉 가는건 어떤지?

 

The Haunted - Strength in Numbers

The Haunted는 At the Gates의 후속밴드인것치곤 커리어가 상당히 불안정했다. 모던화한 예테보리 멜로데스+시원시원한 유러피언 데스래쉬를 결합한 쿨한 사운드는 과연 At the Gates의 멤버들다운 솜씨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면서도 정말 프로답지 않은 개차반같은 활동내역이라던가(주로 꼴통보컬 Peter Dolving의 문제였지만) 기복이 극심한 디스코그래피 또한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수 없었다. 여기에 간판 기타리스트 Anders Björler와 Peter Dolving의 탈퇴가 이어지면서 아마 누구라도 The Haunted는 여기까지인가..란 생각을 하는게 당연했을텐데, 밴드는 초대 보컬리스트 Marco Aro와 Ola Englund-뮤지션보다는 유튜버로 더 유명한 느낌이지만-를 영입해 'Exit Wounds'를 내놓으며 놀랍게도 부활 비슷한걸 해버린다. 부활이랄 정도로 전성기의 페이스를 찾거나 한건 아니지만 분명 다년간의 지지부진한 몇 장에 비하면 몰라보게 정신을 차린 모습. 17년작이자 이후로 앨범을 내지 않고 있으니 아직까지 마지막 앨범인 'Strength in Numbers'는 어쨌거나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

 

'Strength in Numbers'의 The Haunted는 흡사 북미의 그루브 메탈에 가까운 사운드를 선보이는게 조금은 흥미로운 점이다. 보통 북미밴드들이 유럽 멜로데스를 베껴도 베끼지 처음부터 외산 스타일의 음악을 했던 밴드면 모를까 이런 역수입 케이스 자체가 흔치 않은건 둘째치고 이걸 기존의 포맷에 너무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녹여넣는게 재미있다고 할까..전반적인 악곡 자체가 굉장히 캣치해서 쉽고 흥겨운 그루브+구성진 노랫가락이 거의 무아지경으로 놀기좋은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느낌. 또 찌질한 감정 표현에 능한 Peter Dolving보단 Face Down시절부터 단순무식 피지컬로 밀어붙이는데 익숙한 Marco Aro의 스타일과도 잘 맞고 말이다. 다만 기존 The Haunted의 다이하드한 데스래셔로서의 테크니컬한 연주적/구조적 매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점은 아쉽다고 할수는 있겠지만..역시 죽도 밥도 아니던 세월만 보내던 때에 비하면 전작에 이어 상당한 유효타를 쳐냈다고 생각되고 너무 힘이 빠져 이젠 구태여 재결성한 의미도 흐지부지해진 느낌인 At the Gates보단 차라리 낫지 싶고 뭐 다 좋은데 후속작이 영 늦는다..새 앨범을 쓰고 있다는 언질은 있었고 라이브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연세가 연세라 하루가 아쉽다..

 

Anti-God Hand - Blight Year

Anti-God Hand는 캐나다 포스트블랙/프록/블랙게이즈 밴드이자 Will Ballantyne의 원맨밴드다. 사실 재능있는 포스트-블랙이나 아방가르드 계열의 원맨밴드들은 생각보다 자주 접할수 있기도 한데 애석하게도 음악이 난해하고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스타일에 집중되거나 그런 스타일로 변화하는 경향을 자주 보이는게 조금은 안타까운 점이다. 어차피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마당인데 구태여 대중친화적인 음악을 할 필요도 없고 아티스트의 허영을 채우고픈 욕망을 갖게되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Hoplites나 Theophonos도 그렇고 Thantifaxath는 원맨밴드는 아니지만, '포스트 어쩌구'가 붙는 밴드들이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스타일의 음악으로 시작해서 더 골아픈 사운드로만 진화해가는 느낌적인 느낌..그런 의미에서 이 Anti-God Hand같은 신인의 등장은 상당히 반갑다. 긴말할것없이 매우 캣치하고 스트레이트한데다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구사하기 때문에.

 

이 밴드의 음악은 한마디로 성전환 이후 비로소 들을만해졌던 Liturgy를(물론 내 기준) 떠올리게 한다. 블랙메탈 엣센스와 적당한 노이즈 브레이크를 따스한 멜로디 감각과 잘 버무렸던 그 느낌..전작 'Wretch'로 가능성을 인정받은후 업계의 탑급 엔지니어라 할만한 Colin Marston이 붙었고 기타/베이스/신쓰를 도맡던 Will을 지원하기 위해 Liturgy의 드러머 Greg Fox를 데려다 붙여버렸다. 전반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자체가 굉장히 풍성하면서도 직관적인 느낌이고 멜로디를 쓰는 감각 자체가 오글거림이나 찌질함보다는 Møl이나 Deafheaven같은 블랙게이즈 밴드들의 시원시원함을 많이 닮았다. 단순히 곡들의 길이가 물리적으로 길지않은 35분의 깔끔한 앨범이라 더더욱 군더더기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1분 30초짜리 곡같은 경우는 Converge같은 하드코어 밴드 생각이 얼핏 날 정도. 악기를 다양하게 쓰진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활용된 신쓰가 사운드의 입체감을 잘 살려주는데다 전문 드러머를 굳이 섭외해 배치한건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 폭발력을 몇배는 배가시키는 이 드러밍을 드럼머신으로 떼웠어야 했다면..생각만해도 아찔하다. 포스트블랙/블랙게이즈/원맨밴드에 관심이 있다면 체크해봐야할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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