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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4.25 Selbst -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 1
  2. 2024.04.21 Decapitated - Cancer Culture
  3. 2024.04.20 Stampin' Ground - Carved from Empty Words
  4. 2024.04.19 Benighted - Ekbom
  5. 2024.04.18 Alpha Wolf - Half Living Things

Selbst -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

남미의 노르웨이, 메탈 파라다이스 칠레가 기어이 블랙메탈까지..는 사실 Selbst는 칠레에 서식 중인 베네수엘라 밴드라고 한다. 남미에선 칠레가 비교적 경제사정이 괜찮고 또 메탈이 매우 활성화된 국가다보니 아마 브라질 정도를 제외한 남미 메탈 뮤지션은 야망이 있다면 서식처를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을터.. 멜로딕 블랙/포스트 블랙의 중간쯤 어딘가의 음악을 하는 Selbst는 데뷔작 이후 아시아 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할거없이 음악만 괜찮으면 어디든 쫓아가서 끄집어내는 Debemur Morti의 눈에 들게된다. 근래엔 레이블의 효자상품이 아마도 포스트블랙 쪽인 모양이라 이 밴드의 음악이 상당히 입맛에 맞았던 모양.. 'Despondency Chord Progressions'는 세번째 앨범이 되는데, 확실히 밴드의 사운드가 궤도에 오른 느낌. 색소폰이 빠진 White Ward나 독기가 빠진 Mgla와 비슷하려나. 어느 정도 연주적 매력도 있는편이고, 격정적인 느낌의 클린보컬도 쓰고, 남미 특유의 애수띤 멜로디 라인도 괜찮고..하지만 본격적인 멜로딕 블랙으로 보기엔 공격성이 너무 떨어지고 또 포스트 블랙으로 보기엔 모던한 요소나 실험적인 시도가 없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감도 있다. 다만 달콤쌉쌀한 멜로디라인의 매력이 확실하다보니 이조차 특정한 요소에 민감하지 않고 소박한 맛을 내는것처럼 들려 호감을 주는 요소기도 하다. Alcest가 Mayhem만큼 사악하지 못해서 까이거나 하진 않는..? 뭐 아직은 신인에 가까운 위치이다보니 다소간 어정쩡한 부분은 크게 흠이 되지 못하는것도 같고 향후의 일은 향후에 생각하면 되겠지. 하여간 멜로딕/포스트블랙 계열을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쉬운 밴드가 될것은 분명해보인다. 이 업계가 왠지 흔히-그러니까 안 평범하다고-그렇듯 'N'이란 친구가 혼자 하고 있는 원맨밴드.

 

Decapitated - Cancer Culture

폴란드의 Decapitated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무지막지한 연주력으로 악명높았던 문자 그대로 테크니컬한 엘리트 데스메탈 집단..이긴 했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선 그 괴랄한 연주력에 비해 곡들이 참 풍미가 없다는 인상을 주는 밴드였다. 그래도 06년작 'Organic Hallucinosis'에서는 최초로 그루브 메탈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고 의외로 모던한 메탈러로서 괜찮은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며 연주 기예단에서 탈피하나 싶던 즈음 불의의 교통사고로 가공할 기량의 소유자였던 드러머 Vitek을 잃고 만다. 애석한 일이었지만 개인적 관심은 약해질수밖에 없었고 밴드 자체도 누가 정해주는건 아니지만 폴란드 국민 뎃메럴 밴드라는 타이틀도 엄청나게 치고 올라오던 Behemoth가 슬그머니..그 와중에 투어 돌던 밴드멤버들이 강간 혐의로 기소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재판까지 가진 않았다고 하나 뭐 꼬추 잘못 놀린 덕에 밴드가 박살날뻔한건 엄연한 사실.

 

어쨌거나 이 밴드가 아직 생존중이었다는걸 인지하게 된건 멤버 Vogg가 뜬금없이 Machine Head에 가입해 한동안 활동을 한 덕분인데 아무래도 겸업은 무리라고 생각해서인지 결국 탈퇴를 하긴 했지만 'Of Kingdom and Crown'에서 나름대로 활약. 또 그 즈음 해서 본작 'Cancer Culture'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게 꽤 괜찮다. 예전의 Decapitated에 비하면 같은 밴드의 음악이라곤 생각하기조차 힘든 수준.. 놀던 가닥이 있어서 분명 테크니컬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제 완전히 모던한 그루브메탈이나 멜로데스에 가까운 음악을 하고 있다. 반면에 고전적인 의미의 데스메탈다운 부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빈말로도 테크데스가 어쩌구는 못하겠는데..뭘하건 이 정도 완성도라면 문제될게 있을까 싶다. 여전히 'Decapitated'만의 풍미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쯤되면 그냥 팀 컬러가 그렇다고 해야될까, 적어도 사운드의 색깔 자체가 약하다는 점은 개선이 많이 되었다. 전반적인 곡들이 굉장히 캣치하고 멜로디나 완급조절이나 타격감이나 S급이라 할만한건 보이지 않지만 A이하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개운하고 타이트해서 언제라도 부담없이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앨범이다.

 

Stampin' Ground - Carved from Empty Words

세상 숭한짓들은 1등으로 뛰어가서 저지르는 섬나라놈들답게 밴드뮤직도 영국놈들이 못하는것도 안하는것도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텐데, 비교적 강세를 보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않나 싶은 메탈코어도 고대에 이 핵폭탄같던 밴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95년에 결성되어 Hatebreed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던 Cheltenham의 파워하우스 Stampin' Ground다. 이 밴드는 시기적으로 선구적인 위치에 있던 메탈릭 하드코어를 제대로 구사한 밴드기도 했지만, 브레잌다운과 질주를 반복하는 다소 무뇌한 기질-물론 그만큼 호쾌하고 말초적인 매력은 있었지만-이 강했던 북미의 메탈코어에 비해 이들의 사운드는 익스트림 메탈의 구조와 무게감을 보다 직접적으로 가져다 하드코어에 이식했단 느낌이다. 아무래도 Bolt Thrower같은 너무나 훌륭한 레퍼런스가 거의 옆동네에 있던것도 어쩐지 영향이 없지 않았을것만 같고..본작이 Hatebreed의 'Perseverance'보다 발표가 빨랐고 후속작인 'A New Darkness Upon Us'역시 'The Rise of Brutality'와 발표시기가 거의 비슷하니 시기적으로도 음악적 성취로도 이들은 파이오니어이자 유러피언 메탈코어의 대가리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싶으나 본격적으로 용틀임을 시작하려던 타이밍에 급작스런 해산을 해버린다..하필 주로 곡을 쓰던 멤버인 Ian Glasper가 그 즈음 결혼을 하고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밴드를 나가버렸고 대체를 못해 그대로 주저앉은셈. 멤버들은 이후 Romeo Must Die, Warwound, Sun of the Endless Night등 이런저런 밴드들을 부지런히 굴렸으나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한걸 보면 운때가 잘 맞는 밴드를 잡는게 역시 쉬운게 아닌데 가족이 먼저라는걸 말릴 도리야 없었다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든다..14년에 잠시 재결성해 라이브를 좀 하기는 했다고.

 

Benighted - Ekbom

밴드가 너무 꾸준한 국밥이라 극강의 안정감과 신뢰는 주지만 어떤 기대감이나 호기심은 전혀 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음악이 크게 망하는것도 '변화'라면 변화일수 있을터 불란서의 불탈/데스그라인드 명가 Benighted는 그조차도 없는 기복 제로의 맛집이라 도통 실망을 주는 법이 없는 밴드지만 내오는 요리는 늘 먹던 그 맛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니 뭐 'Ekbom'에 대한 기대감도 으레 맛나겠거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한 일이다..이들이 구사하는 지독한 스타일의 음악은 그렇게 오랜시간 텐션을 유지하기도 쉽지않을뿐더러 이들은 특히나 아기자기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스타일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굉장히 밀도있고 재기발랄한 구성의 곡들을 꾸준히 써왔다. 뉴메탈이나 조금 심하게 말해서 댄스곡으로 착각될 정도로 극도로 모던한 그루브를 무자비한 브루탈 사운드와 태연하게 접목하고, 성인 ADHD환자의 머릿속이 이렇지않을까 싶은 정말 러닝타임 내내 1초도 쉬지않고 롤러코스터를 태우는 말초적이고 신나는 환장유희같은 앨범들만 주구장창 찍어온 명밴드.. 'Ekbom'의 감상평은 사실 별거없다. 이미 데뷔 20년이 훌쩍 넘었고 원년멤버는 이제 보컬 Julien Truchan밖에 남지않은 테세우스의 배 상태에..솔직히 좀 별로여도 그러려니 할수 있단 생각이었는데 이 앨범은 그냥 지금까지 Benighted의 모습 그대로 오밀조밀 개박살내주는 앨범이다. Aborted가 친우들의 화력시범 파워를 빌리는 꼼수를 썼다면 이들은 어떻게 처음과 똑같이 이럴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수준..그냥 Benighted의 최전성기는 오늘이어서,란 말밖에.

 

Alpha Wolf - Half Living Things

은근히 이런저런 괜찮은 밴드가 제법 나오는 호주에선 특히 다양한 메탈코어가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인데 비교적 업계의 터줏대감이라 할만한 Parkway Drive부터 해서 아주 노골적이고 유치한 팝메탈코어 밴드인 Make Them Suffer라던가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두말할 필요없는 최고의 밴드들인 Voyager와 Thornhill, 졸렬한 씨발놈들이긴 하나 어쨌든 데스코어 중견급은 되는 Thy Art is Murder등에 이르기까지 스타일 또한 상당히 다양하기도 한데 여기 Alpha Wolf도 나름 핫한 신인이라고..

 

Alpha Wolf는 13년에 결성한 밴드니 보기보다 경력이 상당히 있는 '뉴메탈코어' 밴드다. 말인즉슨 적당히 놀기좋고 캣치한 메탈코어일수도 있고 무게감있는 뉴메탈일수도 있는 뭐 그런 MZ한 느낌의 사운드..조금 흔한 느낌이긴 하지만 분명 나쁘진 않다. 댄서블하지만 타격감은 있고 가볍지만 너무 날티나진 않고 적당히 즐기기에 괜찮은 느낌이긴 한데..근래 괜찮다고 하는 신인 뉴메탈/코어 밴드들에게 느꼈던 아쉬움을 이 밴드에게서도 또 한번 느끼는건, 사운드를 제조하는 솜씨에 비해 보컬이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다는것.. 특히 이런 가볍고 대중친화적인 사운드일수록 프론트맨의 흡인력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대충 생각해봐도 실력 유무 이전에 Jonathan Davis/Chino Moreno/Fred Durst/Serj Tankian/Corey Taylor같은 슨배 보컬들의 개성과 존재감과 비교해보면 후대의 인재풀이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아니면 그 시절 뉴메탈 씬에 난 놈들이 많았던걸까. 근래엔 Slaughter to Prevail의 Alex Terrible정도가 폭발력이 있는 거의 유일한 자원 아닐까 싶은데 얘는 하필 또 러시아 밴드..뭐 내가 고민할 일은 아니고 적당히 듣고 치우면 될일이겠다만. 그나저나 냉차 아재 얼굴보니 반갑긴 한데 Body Count신보는 언제 나오는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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