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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29 Dödsrit / Svdestada 2
  2. 2024.03.27 Conquering Dystopia - Conquering Dystopia
  3. 2024.03.24 Necrophagist - Onset of Putrefaction 4
  4. 2024.03.23 Darkane - Inhuman Spirits
  5. 2024.03.22 Aborted - Vault of Horrors

Dödsrit / Svdestada

Dödsrit - Nocturnal Will

'네오크러스트'라 해서 크러스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 무언가를 제시하는것인가..기대감을 품게 했다가 거하게 낚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Dödsrit은 괜찮은 밴드기는 했다. 딱히 용어를 들이미는게 이 밴드의 탓도 아니고.. 블랙게이즈의 감수성과 크러스트의 열기를 더한 시도는 듣기에 그리 나쁘지 않았으되 Jack Shirley를 기용하며 공격성을 덜고 점차 Deafheaven의 짭퉁화 되어가던 사운드는 상당히 아쉬움을 주었다. 아주 싹수가 보이지않는 밴드가 그러면 말도 안하겠는데..그렇다고 어느정도 성공이 보장된 검증된 루트를 타겠다는걸 말릴수도 없는 노릇. 이래저래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이 밴드가 꽤나 흐뭇한 신보를 들고 나왔다. 새 앨범 'Nocturnal Will'은 기존의 크러스트/블랙게이즈적 색채가 모두 상당히 옅어졌다. 빈 자리를 채우는건 아주 농밀해진 '에픽'한 갬성의 멜로디와 선굵은 리프들..거의 커리어 초기의 In Flames생각이 날 정도로 예테보리향이 진하다. 이쯤되면 그냥 멜로데스 밴드로 분류해도 전혀 문제될게 없을 정도. 그런것치곤 기존 사운드와의 괴리감이 그리 큰 느낌도 아닌데 워낙 무근본..한 사운드여서 그런건지 애초 처음부터 걍 크러스트고 나발이고 멜로디를 잘 쓰는 밴드라 끌렸던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멜로데스팬은 뜻하지 않은데서 큰 선물을 받은 격인데 기존 사운드의 팬이라면 좀 뜬금포 같을지도.

 

 

 

Svdestada - Candela

스페인의 Svdestada는 반면 아주 전형적인 네오크러스트를 모범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멜랑콜리하고 쌉싸름한 멜로디 감각, 메탈과 포스트 하드코어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는 무정형한 사운드, 적당한 포인트에서 '블랙메탈'적인 폭발력을 내는 모습까지 감각적이지만 감각적인 모습마저도 어쩐지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잘 직조된 네오크러스트 사운드. 너무 이것저것 다양하게 깔아두고 잘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거슬리고 평범하게 들린다..는 느낌도 있는데 이건 너무 생트집이려나. 어쨌든 'Candela'역시 크게 흠잡을데 없이 깔끔하고 좋은 앨범이긴 하다. 특히 12분짜리 엔딩곡은 이들이 상당한 야심과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생각. 국적상 맛깔나는 플라멩코 기타가 한두번은 나오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그딴건 죽어도 쓰지 않는건 아쉽지만..

 

Conquering Dystopia - Conquering Dystopia

Jeff Loomis가 Arch Enemy가입 이전 마지막으로 하얗게 불태우고 간 루미스 스타일의 프록/테크메탈 밴드. 밴드 메이트가 무려 그 Alex Webster에다 The HAARP Machine의 드러머 Alex Rudinger였다. Keith Merrow는 누군지 잘 모르겠고.. 근데 뭐 사실 누구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Zero Order Phase'나 'Plains of Oblivion'같은 작품들을 이미 찍어낸 사람이니 멤버가 화려하다는건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이 밴드는 역시 알렉스 웹스터가 가세한 덕인지 루미스 스타일의 Shredding이 가미된 테크메탈이어도 거의 데스에 가까운 묵직함이 더해진 느낌. 밴드와 앨범의 포지셔닝이 참 적절하다.

 

루미스의 솔로작들은 확실히 테크니컬한 기타리스트의 솔로작답지 않은 헤비함과 음울함, 구조적인 매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전형적인 기타 비르투오소의 솔로작다운 다소 테크닉에 매몰되는 면이나 어쩔수없는 지루함-이 부분은 적당한 게스트들을 투입해 해결한 느낌-도 피할수 없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해소되는 느낌. 또 Cannibal Corpse의 브레인이 포진한만큼 제프 루미스가 제공할수 없는 육감적인 리듬워크를 맛볼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한편 알렉스 웹스터의 입장에서도 이 밴드는 나쁘지 않다..프록/테크 계열로는 이미 Blotted Science에서 실컷 물고 뜯은 바가 있는데 제프 루미스씩이나 되는 사람을 데려다놓고 굳이 동어반복을 할 필요가..본작의 감성적인 코드-거의 음울함에만 촛점이 맞춰져있지만-는 분명 알렉스 웹스터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시도였을것이다. 여러모로 이런 사람이 10년 가까이 마이클 아못의 반주자 노릇을 하며 허송세월한걸 생각하면 굉장히 속이 쓰리긴 한데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상 이롭겠지. 돈은 아마 뮤지션 하는동안 제일 많이 벌지 않았을까 라며 위안을..기왕 이럴거면 아예 Megadeth같은데를 들어갔어야 했는데 말이지.

 

Necrophagist - Onset of Putrefaction

테크-데스라 하면 문자 그대로 테크니컬한 데스메탈(ex-Death, Cryptopsy, Nile..)을 말하는게 당연한거였고 Gorguts류의 아방가르드/디소넌트 계열도 넓은 의미로 포함, Cynic이나 Atheist같은 밴드들도 포함되었지만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데스같은 식으로 프록 쪽에 힘을 많이 실어주는 느낌..뭐 대강 이런 구도였던거 같은데 어느틈에 'Obscura류'가 씬을 완전히 잠식해 대세가 된지 오래. 이제 '테크데스'라 하면 Obscura/Beyond Creation/First Fragment같은 밴드를 말하는게 너무나 당연해진 느낌이다. 뭐 딱히 불만이 있는건 아니다..난 Gorguts류를 제외하면 통상 테크-데스로 분류되는 모든 음악들이 대체로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니 어떻든 상관없긴 한데, 직접적인 화두를 던졌던 Obscura에 대한 한가지 의문은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 뭐 Cynic이나 Atheist의 영향을 받았다는거야 알겠는데 아무래도 직접적인 연결은 좀 안된다는것..그리고 그 미싱링크같은 밴드가 따로 있었다는걸 안건 한참이나 이후의 얘기다. 애석한건 해체한지 오래인 그 밴드가 내 입맛에 훨씬 잘 맞았다는것..

 

Killjoy와 필립 안재모 놈이 잠시 재직하던 밴드인 Necrophagia와 늘 헷갈리는..Necrophagist는 무려 92년에 결성되어 99년에 현 테크-데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파이오니어다. Obscura의 멤버인 Christian Muenzner와 Hannes Grossmann이 거쳐간 밴드니 Obscura의 전신격인 밴드로 생각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유사한듯 엄연히 차이가 있는 음악을 하기도 했고 Muhammed Suicmez라는 확실한 음악적 축이 있는 밴드기도 했다. 뭐 사실 두번째 앨범인 'Epitaph'는 Obscura의 프로토타입이라 해도 할말없을 사운드를 구사한건 사실이고 그건 굳이 언급하고 싶은 앨범도 아니다..Obscura외 수많은 그 유파의 후배들이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는 스타일이 돼버렸기 때문에. 20세기의 끝자락에 던져놓은 이 데뷔작이 얘기가 조금 다르다. Carcass스타일의 곡명들과 저음 그로울링, 정신나간 스윕피킹과 맥락없이 난무하는 듣는 내 팔이 다 저린 테크닉에 Meshuggah스런 느낌마저 나는 비인간적 감성까지 기묘하게 혼재된 아주 특이하고 또 복잡다단하지만 대단히 중독성은 강한 사운드..어찌 보면 구 테크데스와 신 테크데스의 특성을 고루 가지고 있는 굉장히 비범한 스타트가 아니었나 한다. 난 사실 차력쇼형 음악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앨범은 왜 질리지도 않고 늘 신나는지 모르겠어.

 

이후 Obscura가 멜로디를 대량 함유시킨 개량 버전을 힛트시킨게 충격이었던걸까, 느낌상 Obscura가 데뷔한후 얼마되지 않아 밴드를 해체해버리고 여태 아무런 음악활동이 없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사정은 알수 없는 노릇. 개인적으로 Pantera가 Exhorder를 파쿠리해 데뷔에 성공했다 생각하는 입장이고 'Power Metal'과 'Cowboys From Hell'간의 말도 안되는 퀀텀 점프를 이제는 인터넷에 널려있는 Exhorder의 데모들이 충분히 설명한다 생각하는데, 당연하게도 Pantera의 팬들은 꼬우면 먼저 데뷔해서 성공했어야지 정도의 포지션을 고수하며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데..Necrophagist의 팬이나 Muhammed Suicmez도 Obscura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리지날 버전은 99년 발매지만 04년에 윌로우팁/릴랩스에서 리마스터해 재발매되었다.이미 폐업한 소규모 레이블에서 권리를 찾아오느라 고생을 꽤 했다고.

 

Darkane - Inhuman Spirits

Darkane이 무려 9년만에 돌아왔었던걸 모르고 있었다. 팬을 자처할 자격도 없는 미..친놈들아 개점휴업 9년이면 모친도 죽었는줄 알았겠다. 어쨌든 반가운 노릇이다..At the Gates류의 유러피안 멜로데스/스래쉬를 구사하는 팀들 중에서도 굉장히 타이트하고 호쾌한 스타일을 가진 밴드였지만 한편 나름대로 시류에 영합하는 기질도 있어서 In Flames나 Soilwork가 그랬듯 일렉트로닉스나 메탈코어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는데 뭐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그 정도가 좀 적었고 밴드가 중간에 사실상 터지다시피 해서..그래도 적지않은 커리어를 지속하는동안 보컬을 제외하곤 멤버교체도 없이 꽤나 끈끈한 팀이었고 특히 무지막지한 테크니션이었던 드러머 Peter Wildoer의 드르륵 드르륵하는 악마적 비트 쪼개기는 밴드의 시그니처나 다름없었다.

 

어쨌거나, 9년만의 복귀작인 'Inhuman Spirits'는 Nuclear Blast->Massacre로 강등(?)된 점이나 초대 보컬리스트였던 Lawrence Mackrory가 돌아온-난 Andreas Sydow가 좋은데-점 등 사실상 휴업 직전의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운드 역시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수 있는 전형적인 Darkane 사운드..뭐 갑자기 'Rusted Angel'이 재현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초창기에 비하면 스피드야 많이 줄긴 했지만 멜로디/스피드/그루브가 적당하게 배합된 가운데 과연 이게 Darkane의 곡이 맞는가 귀를 의심케 하지만 양념처럼 감칠맛을 더해주는 현악세션이 등장하는 점이나, 전반적으로 사운드 자체가 굉장히 캣치해지고 여유가 넘친다는 점에서 역시 관록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폭력성이 덜해지고 들을거리가 엄청나게 풍성해진 느낌인데 이건 두말할것 없이 발전이라 할수 있을 부분이 아닌가 싶네..때려부수는건 기운뻗치는 후배들이 해주면 될일.

 

Aborted - Vault of Horrors

Carcass의 가장 유치하고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적 부분만을 극대화한듯한 사생아 Aborted는 많은 혹평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정진해 여기까지 왔다..비교적 정통파 정육메탈러의 길을 걸은 Exhumed와 달리 초창기 이후는 데스코어의 엣센스를 함유한 모던한 색채가 강했던 Aborted는 그 성분의 농도 조절을 절묘하게 해가며 버텨온게 롱런의 비결이 아닌가도 싶은데, 사실 이제 그조차도 레파토리의 수명이 다해가는 느낌인게 우려되는 점이기는 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Aborted도 이제 결성 30년차에 가까운 고연차의 밴드-원년멤버가 보컬인 'Svencho'뿐이고 그도 워낙 어린나이에 데뷔해 실상 밴드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인데다 부활의 신호탄 같았던 'Global Flatline'조차 발매 10년은 더 된 앨범..참 시간이 화살처럼 간다. 하여간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이제 뭐함?'이란거지..전작인 'ManiaCult'가 특히 괜찮은 앨범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 밴드 이제 장르의 카테고리 안에서 안해본게 거의 없어보인다. 'Strychnine.213'에선 고어 뉴메탈같은 음악마저 했었다..뻘짓 또한 독하게 해봤던 밴드라 아예 정체성을 갈아엎지 않는 한은 이제 뭘해도 재탕의 삼탕밖에 할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Vault of Horrors'의 정면돌파는 너털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호쾌한 감이 있다.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을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단 그냥 잘하던걸 시원하게 다시 한번 하되, 굵직한 게스트들 모셔다놓고 호화판으로 놀아버리는것..깔끔하고 명쾌하다. 차후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지 뭐. 게스트들 면면도 화려하다.. Shadow of Intent의 Ben Duerr, Cryptopsy의 Matt McGachy, Despised Icon의 Alex Erian, Fleshgod Apocalypse의 Francesco Paoli, Archspire의 Oliver Rae, Ov Sulfur의 Ricky Hoover등 데스/코어 계열에서 악 좀 쓴다는 저명인사들을 많이도 불러모아 난리굿이다. 이쯤되면 오랫동안 장르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걸 다른 누구도 아닌 업계의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고 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라인업.. 솔직히 말해 과하게 '팔리는' 음악 느낌이긴 하지만 고어/브루탈/데스코어 계열 좋아하는 팬이라면 딱히 싫을 이유없는 사운드고 보컬 패턴이 단조롭지 않아 오히려 좋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발버둥친다한들 어차피 갈 밴드는 가고 흥할 밴드는 흥하고..그렇다면 당장 눈앞의 한장이나 똑바로 만드는게 옳게 된 일이 아닌가 싶은건 너무 이들을 옹호하는 시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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