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phagist - Onset of Putrefaction

테크-데스라 하면 문자 그대로 테크니컬한 데스메탈(ex-Death, Cryptopsy, Nile..)을 말하는게 당연한거였고 Gorguts류의 아방가르드/디소넌트 계열도 넓은 의미로 포함, Cynic이나 Atheist같은 밴드들도 포함되었지만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데스같은 식으로 프록 쪽에 힘을 많이 실어주는 느낌..뭐 대강 이런 구도였던거 같은데 어느틈에 'Obscura류'가 씬을 완전히 잠식해 대세가 된지 오래. 이제 '테크데스'라 하면 Obscura/Beyond Creation/First Fragment같은 밴드를 말하는게 너무나 당연해진 느낌이다. 뭐 딱히 불만이 있는건 아니다..난 Gorguts류를 제외하면 통상 테크-데스로 분류되는 모든 음악들이 대체로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니 어떻든 상관없긴 한데, 직접적인 화두를 던졌던 Obscura에 대한 한가지 의문은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 뭐 Cynic이나 Atheist의 영향을 받았다는거야 알겠는데 아무래도 직접적인 연결은 좀 안된다는것..그리고 그 미싱링크같은 밴드가 따로 있었다는걸 안건 한참이나 이후의 얘기다. 애석한건 해체한지 오래인 그 밴드가 내 입맛에 훨씬 잘 맞았다는것..

 

Killjoy와 필립 안재모 놈이 잠시 재직하던 밴드인 Necrophagia와 늘 헷갈리는..Necrophagist는 무려 92년에 결성되어 99년에 현 테크-데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파이오니어다. Obscura의 멤버인 Christian Muenzner와 Hannes Grossmann이 거쳐간 밴드니 Obscura의 전신격인 밴드로 생각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유사한듯 엄연히 차이가 있는 음악을 하기도 했고 Muhammed Suicmez라는 확실한 음악적 축이 있는 밴드기도 했다. 뭐 사실 두번째 앨범인 'Epitaph'는 Obscura의 프로토타입이라 해도 할말없을 사운드를 구사한건 사실이고 그건 굳이 언급하고 싶은 앨범도 아니다..Obscura외 수많은 그 유파의 후배들이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는 스타일이 돼버렸기 때문에. 20세기의 끝자락에 던져놓은 이 데뷔작이 얘기가 조금 다르다. Carcass스타일의 곡명들과 저음 그로울링, 정신나간 스윕피킹과 맥락없이 난무하는 듣는 내 팔이 다 저린 테크닉에 Meshuggah스런 느낌마저 나는 비인간적 감성까지 기묘하게 혼재된 아주 특이하고 또 복잡다단하지만 대단히 중독성은 강한 사운드..어찌 보면 구 테크데스와 신 테크데스의 특성을 고루 가지고 있는 굉장히 비범한 스타트가 아니었나 한다. 난 사실 차력쇼형 음악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앨범은 왜 질리지도 않고 늘 신나는지 모르겠어.

 

이후 Obscura가 멜로디를 대량 함유시킨 개량 버전을 힛트시킨게 충격이었던걸까, 느낌상 Obscura가 데뷔한후 얼마되지 않아 밴드를 해체해버리고 여태 아무런 음악활동이 없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사정은 알수 없는 노릇. 개인적으로 Pantera가 Exhorder를 파쿠리해 데뷔에 성공했다 생각하는 입장이고 'Power Metal'과 'Cowboys From Hell'간의 말도 안되는 퀀텀 점프를 이제는 인터넷에 널려있는 Exhorder의 데모들이 충분히 설명한다 생각하는데, 당연하게도 Pantera의 팬들은 꼬우면 먼저 데뷔해서 성공했어야지 정도의 포지션을 고수하며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데..Necrophagist의 팬이나 Muhammed Suicmez도 Obscura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리지날 버전은 99년 발매지만 04년에 윌로우팁/릴랩스에서 리마스터해 재발매되었다.이미 폐업한 소규모 레이블에서 권리를 찾아오느라 고생을 꽤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