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est - Les Chants de l'aurore
블랙게이즈의 선구자이자 간판으로 군림했던 Alcest가 'Shelter'로 흔들렸던 얘기를 또 꺼내는것도 지겨운 일이긴 하지만 후속작인 'Kodama'와 'Spiritual Instinct'로 부활했다는 평가는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전작의 혹평으로 인해 급선회한 티가 역력했던 Kodama도 그렇고 Spiritual Instinct또한 나쁘진 않지만 역시 평이한 앨범이었단 인상 때문에..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것도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고. Alcest는 Deafheaven이 아니다..Alcest가 잘할수 있는 부분은 이런게 아니라는게 나의 생각. 장르의 창업자였고 또 'Ecailles de Lune'이 워낙 압도적인 작품이었기에 어느정도 후한 평을 받을수 있는 여지야 있다 싶고 장르의 흥망성쇠와 별개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어갈수 있는 뮤지션이라 생각은 하지만..뭔가가 뭔가.
5년만의 새 앨범 'Les Chants de l'aurore'은 아주 단단한 컴백이다. 까놓고 말해 음악적 성취는 역대 가장 적은 앨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담은 앨범이라고도 생각된다. 어쩌면 'Souvenirs d'un autre monde'보다 더..오랜 숙고 끝에 Alcest는 본인들이 가장 잘할수 있고 강점을 가진 부분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앨범의 모든게 몹시 아름답고 서정적이다..부드럽고 섬세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쌓아올린 사운드 레이어도 그렇고 한없이 밝고 화사하지만 보다 깔끔하고 캐주얼해진 멜로디라인 역시 감탄스러운 부분. 어줍잖은 하쉬보컬을 통째로 폐기해 버린것도 화끈하고, Nuclear Blast와 Prophecy를 어쩔수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밀도있는 사운드 프로덕션 역시 최고. 다만 본작의 한없는 말랑함에 거부감을 느끼는 블랙게이즈 팬도 분명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만 이 밴드가 애초에 Souvenirs d'un autre monde로 데뷔한 밴드였단걸 잊지 마시길. 이번에 좀 더 집중했을뿐 원래 이런걸 매우 잘하던 밴드였다. 블랙게이즈 따위 남들이 갖다붙인 용어일뿐 블랙메탈의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한다고 법으로 정해진것도 아니다..결국 돌고돌아 돌아와야할 곳으로 돌아온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