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kk Sabbath - Doomed Forever Forever Doomed
잭 와일드가 블랙 쌔벗의 극렬한 골수 빠돌이인건 별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밴드 멤버 대우가 개차반인걸로 악명높은 오지 오스본과의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는것도 순전히 본인의 빠심에서 비롯된 충성심이 원동력일것이다. 비록 본인의 알콜중독과 건강문제, 또 오지 본인의 더이상은 메탈 뮤지션을 해먹기 힘든 수준의 노화로 인해 사실상 끝이 보이는 관계이긴 하지만.. 어쨌든 잭 와일드는 오지 오스본 밴드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해고당했던 시점에 약간은 악감정을 품을법도 하건만은 술을 끊고 몸을 추스리더니 오히려 블랙 쌔벗의 커버밴드인 Zakk Sabbath를 결성해 라이브를 하고 다녔으니 천치에 가까운 블랙 쌔벗 사랑꾼인건 틀림없다.. 아무튼 '잭 쌔벗'은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커버밴드였다. 그 자신이 불세출의 기타리스트기도 하거니와 원작에 대한 리스펙이 차고 넘치는 경건함마저 갖추고 있으니 사실 나쁠래야 나쁠수가 없긴 한데, 음색마저 소름끼칠 정도로 오지 오스본과 흡사하게 소화해버리는 잭 와일드는 뭐랄까 대체 이 사람 블랙 쌔벗을 살면서 얼마나 들은걸까 하는 러브크래프트적 공포심을 유발한다고 할까.. 1집 발매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Vertigo'는 원작은 손댈 필요가 없는 불멸이 어쩌구 하는 커버앨범이나 리메이크 앨범에 늘상 등장하는 부류의 투덜이 스머프들을 논외로 하고 생각해봐도, 블루지한 하드락과 Doomy한 메탈의 경계선에서 불경한 무언가를 탄생시키려는 그 오묘한 뉘앙스를 아주 적법하게 재현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커버밴드의 것이라 생각하기 힘든 퀄리티로 현대화된 사운드의 'Black Sabbath'를 잘 구현한 앨범이었다.
그래서 이번 'Doomed Forever Forever Doomed'는 'Paranoid'와 'Master of Reality'를 한꺼번에 해치워버린 더블앨범이다. 아무래도 잭 와일드가 소화하기엔 다소 까다로운 느낌이던 전작에 비하면 빼도박도 못하는 헤비메탈인 이 두 앨범은 확실히 땅짚고 헤엄치기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수많은 라이브 음원들을 모아놓고 검토한 결과 본인들이 지나치게 솔로를 늘이고 업 템포로 소화하는 경향이 있다는걸 깨닫고 녹음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신중하게 연주하는데 집중했다고..오지 오스본의 그 뚱땡이 아들놈한테 커버를 시켜도 이 정도로 공을 들일거 같지 않은데 참 눈물겨운 쌔벗 사랑이 아닐수 없다.. 어떻든 원곡에 최대한 충실하고자 하는 뜻은 아주 확고하고 그럼에도 이게 밴딩 비브라토인지 기타를 쥐어짜는건지 싶은 잭 와일드 특유의 박력터지는 기타플레이는 시종일관 빛나며 나머지 멤버인 Blasko나 Joey Castillo의 연주도 생각 외로 괜찮아서 좀 놀랍다. 대체로 눈에 띄는 편곡이나 변주가 적은 아주 리스펙이 절절한 커버앨범이라 조금은 슴슴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솔직히 작곡자가 아닌 기타리스트로서 엔터테이너적 자질이 거의 없다시피한 토니 아이오미-사견입니다-를 생각하면 잭 와일드라는 인물이 커버하는 기운 뻗치는 Paranoid와 Master of Reality라면 의의는 충분해보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음질도 아주 깔끔. 원작은 도저히 똥구릉내 탓(..)에 근처에 갈 엄두도 안나는 어린 메탈팬들도 많을텐데 이 정도면 괜찮은 교보재가 될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