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head Fertilizer - Carceral Warfare
언홀리 하드코어의 마지막 기수나 적자로 보였던 Full of Hell(Integrity/Ringworm/Converge같은 장르의 간판이나 터줏대감은 논외로 하고)이 슬럿지/노이즈/그라인드 등 생각보다 꽤나 잡다한 스타일의 사운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밴드였고 또 갈수록 문어발처럼 영역확장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개인적으로 못마땅하게 들리면서 자연히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하이브리드가 적당할땐 장르 특유의 편협한 사운드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작용이 될지 몰라도 주객전도를 넘어 이 밴드 애초에 주가 뭐였지 싶은 느낌까지 가는건 사양이라..특히나 그게 의미불명의 노이즈 지랄이라면 더더욱 어휴.
헌데 컬트적인 슬럿지/크러스트 밴드 Dystopia의 곡명에서 따온만큼 지독스런 사이드 밴드 Jarhead Fertilizer는 내 듣기엔 오히려 Full of Hell보다도 좋은 느낌이었다. 아주 두텁고 눅진한 느낌의 지저분한 슬럿지/데스그라인드를 구사하는 이 밴드는 특히나 내가 아주 학을 떼는 노이즈 지랄이 전혀 없는게 너무 좋았는데 Full of Hell이 살짝 뜸하다 싶으니 신보가 바로 나오는걸 봐선 본인들도 이걸 꽤 즐겁게 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 2년만의 새 앨범은 생각 이상으로 헤비한 톤이 너무 멋지게 뽑혀서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다. 전작 역시 상당히 괜찮은 앨범이었지만 사운드의 질감과는 별개로 진행 자체는 다소간 지루한 감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뭐 얼마나 다채로울수 있겠는가- 신작은 꽤나 떡진 질감에 빠른 템포의 곡이 많지 않은데도 곡 전개가 상당히 아기자기(?)해진 느낌이다. 물론 드러머 Dave Bland의 전과자 아버지의 감옥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앨범의 주제는 전혀 아기자기 하지않지만.. 중간중간 나레이션을 삽입해서 그런지 약간 전두엽 절제술을 받아 퇴화된 초기 Carcass같은 느낌도 있고. 하여튼 다른것보다 이 앨범의 꺼끌하고 묵직한 톤은 정말 멋진데 유일한 흠이 있다면 너무 짧다는것이다..연말연시 가슴이 시린 사람들의 마음을 하수구에 처박는듯한 아주 좆같은 앨범. 그나저나 요즘 젊은 밴드들이 굴리는 사이드 밴드들은 하나같이 음악을 참 잘하는거 같다. 잘하는 애들이 잘하는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은 이 소리는 전에도 했던 적이 있는거 같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