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opticon - The Rime of Memory

'New Wave of American Black Metal'같은 사조가 있다면 그 선봉엔 Panopticon이 서있을것이다. 좀처럼 청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현시대의 마에스트로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젊은 거장-반박 안 받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북유럽에 맞서 북미에도 블랙/포크메탈 '씬'이 있다 우겨볼수 있는것도 Panopticon같은 밴드가 있는 덕이라고 생각한다. 촉의 제갈량이나 위의 사마의같이 말이지.. 이 밴드의 광활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홀로 창조해내고 있는 Austin Lunn은 블루그래스/아메리칸 포크/블랙메탈을 절묘하게 융합하고 덧대어가며 세계관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데, 사실 전작인 'And Again into the Light'는 언제나처럼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약간은 실망한 부분이 있었다. 항상 포크나 스트링세션 등 새로운 요소나 하다못해 악기라도 희한한것들을 도입하며 거침없는 실험을 주저하지 않던 밴드가 처음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날것의 느낌이 물씬했던 레코딩의 질을 확 끌어올리는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으론 아무래도 약했다..전반적인 감성이 너무 따스해진 것도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됐든 블랙메탈에 발을 걸치고 있는 밴드니.

 

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본작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기에 신보가 나온다는 생각도 있었고 전작에 실망한것도 있고..결론부터 말하자면 Panopticon의 23년작 'The Rime of Memory'는 이 투덜이 스머프의 죽탱이를 후려친다. 언제나 대단한 감동을 주던 밴드지만 이번엔 턱주가리가 얼얼할 정도로 강도가 많이 세다..새 앨범의 컨셉은 '물량공세'인걸까? 합창단까지 동원해 역대 가장 커다란 스케일로 밀어붙인다. 실험주의자로 보였던 Austin Lunn은 슬슬 축적된 데이타를 기반으로 자신의 기량을 집약해 과시하는 방향으로 풀어가기로 작정한것처럼 보이고 그 결과물은 완전히 압도적이다..전작에서의 내 불만을 알기라도 했는지 새 앨범은 '블랙메탈적'인 부분이 대폭 늘었고 전에 없이 분위기도 을씨년스럽다. 다만 주 감정이 북유럽의 오컬트스러움이 아니라 로키산맥의 답없는 광활함이 주는 신비로움일뿐. 70여분에 이르는 포크/블랙/포스트메탈 대서사시는 지루할 틈없이 씁쓸하고 달콤하다..나에게는 의심의 여지없이 2위와도 아득한 차이가 나는 올해의 앨범은 확정이고 그 자신의 최고작품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Autumn Eternal'이나 'Roads to the North'도 있으니 확답하기는 힘들다만은, 이 앨범은 어떤 방점이나 대관식같은 느낌이다..전작들에 없던 범접할수 없는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있다. 사실상 전무후무한 영역(Agalloch와의 공통점은 동향이라는것 외엔 모르겠다)에 들어섰다 생각되는데 Austin Lunn은 이제 Chuck Schuldiner나 Ihsahn과 같은 반열에 올라갈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뭐 지금이 아니어도 곧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