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endous - Ontological Mysterium
Horrendous가 'The Chills'를 들고 처음 나타났을때만 해도 필라델피아산 미국 신인밴드가 썬라이트 스튜디오에서 방금 뽑아낸듯한 스웨덴 데스를 복각하는 괴현상에 많이들 놀라고 반가워했지만, 이 밴드는 이윽고 자신들의 야심이 고작 올드스쿨 데스메탈 리바이벌 정도에 그치지 않음을 빠르게 드러낸다. 이들의 베이스가 올드스쿨 데스인것은 분명하지만 추가적으로 멜로데스/헤비메탈/테크 스래쉬적인 요소들이 마구 더해져 궁극적으로 이들이 가고자 하는 어딘가는 프록 데스..라고 뭉뚱그려 칭할만한 다분히 입체적인 지점.. Ecdysis-Anareta-Idol 그리고 최근 신보인 본작 Ontological Mysterium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지향점은 올곧고 한결같다. 척 슐디너가 그랬고 The Chasm이 그랬듯, 데스메탈이란 간판을 건 채 한계를 확장하는 일종의 실험같은 느낌. 물론 저들에 비하면 Horrendous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이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팬도 적지않은듯 하지만..납득이 안되는건 아니다 전통적 데스메탈팬에겐 내키지않을 요소가 많은것도 사실이니. 허나 현 데스메탈 씬에서 이들이 가장 치열하게 음악적 화두를 던지는 밴드중 하나인것도 부인하긴 힘들것이다.
데뷔후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앨범을 내던 페이스에 비하면 신보는 꽤나 장고를 거친 느낌이다. 엔지니어로도 이미 명망이 높은 Damian Herring의 역량도 최대한 집중된 느낌..이 앨범 우선은 대단히 깔끔하다. 워낙 다채로운 성분을 가진 사운드를 내는 밴드다 보니 다소 튀거나 생뚱맞게 툭툭 튀어나오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멀끔하게 재단이 된 느낌. 테크니컬한 리프..등의 표현을 쓰는게 이젠 민망하다. 촘촘하게 직조한 리프들-기타 두명은 현역 최고에 한표 던진다-은 그냥 하나의 바움쿠헨 빵같은 거대하고 맛있는 유기체같다. 촉촉한 멜로디감각, 밀고 당기는 적절한 완급조절..더이상은 어색하지 않은 클린보컬 같은 요소들 모두 기존의 Horrendous에게도 있던것들이지만 더 낫게 만들기가 불가능한 최고 레벨의 만듦새로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만드느라 참 힘들었겠다 싶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한 느낌.. 그런데 나로서도 다소 의외지만 이 앨범은 듣고나면 이상하게 불만도 솟아오른다. Horrendous는 굳이 따지자면 빌드업이 강한 반면 정점에서 뜯어발기는 원초적인 폭발력은 다소 약한 팀인데 이 빌드업이 더욱 첨예해지고 맛깔스러워지니 갈증이 더 심해진다고 할까..미묘하게 아쉬움을 남기는 러닝타임도 시너지로 아쉬워지는데다.. 결정적으로 이 밴드, 마에스트로로 가는 길에 들어서기는 했는데 뭔가 걸음이 더디다,라는 느낌이다. 앨범을 내는 빈도도 나쁘지 않고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고 심지어 매번 발전도 하는데...폭이 늘 생각보다 좁아. 항상 시원스레 갈증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내 기대가 과도하게 큰거겠지..그럴만한 밴드라서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