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r - Fearless in Love

Leprous가 급격하게 내 취향에서 멀어져가던 즈음 아이러니하게도 Einar Solberg의 찬조출연 덕에 알게 된 한 밴드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호주의 Voyager다. Leprous와는 정 반대로 지극히 대중지향적인 팝프록을 구사하는데도 어마어마하게 탄력있고 펀치감 살아있는 메탈 사운드를 구현한데다 청자의 이빨이 삭을 지경으로 달달한 멜로디라인을 비벼놓은 솜씨 또한 비범한데다 꽤나 청량하고 매혹적인 보이스의 프론트맨까지 보유..거기다 소속사(?)는 온갖 기기묘묘한 마귀새끼들이 드글대는 Season of Mist라고..이 밴드의 참담한 인지도가 도통 이해가 되지않는 흥미로운 프로필인데 여기엔 밴드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무려 Eurovision의 호주 지역예선에 참가했다고 한다..유로비전에 대해 그리 아는바가 없는지라 앨범을 몇장이나 낸 엄연한 프로밴드인 이들이 참가해도 되는 부분인지 의문이 좀 있긴 한데 뭐 문제없으니 했겠거니. 비록 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호평을 받았고 워낙 시청자가 많은 세계구급 방송이라 홍보효과도 꽤 봤다고..이 밴드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생각도 들지만 아쉬운 놈이 우물파는거지 뭐. 몰랐는데 보컬 Danny Estrin은 무려 현역 변호사라고..ㄷㄷ애초에 능력자에다 떠오른걸 실행으로 옮기는데 망설임이 없는 사람인듯. 기세를 이어 4년만에 신보 'Fearless in Love'가 발표되었다.

 

새 앨범은 팝적인 색채가 한층 강화되었다. 특히 전작부터 낌새가 강하게 보이던 신스팝+프록메탈과의 달달한 조화가 더 본격적이고 부드러워졌다고 할까, 키보드나 전자음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건 근래 트랜스메탈이니 트랩메탈이니 하는 트렌드의 영향도 조금은 있지않을까 싶기도. 뭔가 전작까지는 메탈로서 최소한의 형식미는 가져가려는 시늉은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없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불쾌하진 않다. 이 밴드의 강점은 애초부터 멀쩡한 팝밴드인데도 연주적 묘미가 살아있고 엄청나게 헤비한 사운드를 가져가는데 있었으니 말이지. 그런 부분은 아직 잘 살아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건 곡간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는 느낌이고 점점 이게 심해진다는 점이다. 까놓고 'Dreamer'나 'Promise'는 골백번도 반복주행 가능한 킬링트랙-조금 병신같은 고백을 하자면 Promise를 처음 들었을땐 눈물이 찔끔 흘렀을 정도-이지만 앨범의 반은 두번도 듣기싫다..팝프록에서 '팝'의 비중을 키우기로 한 시점이 아무래도 너무 늦었다고 할까, 정작 밴드를 알릴 즈음이 되니 창작력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좀 아슬아슬하다..아직은 그럼에도 괜찮게 들리기는 하지만. 현시점 이들만큼 쫀득한 리프/신th/달달한 보컬라인의 기막힌 밸런스를 들려줄수있는 다른 누가 있을지? 한 15년만 젊었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