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 - Monuments to Absence

올해 내가 가장 기다렸던 앨범들중 하나인 영국 블랙게이즈/앳모블랙 파워하우스 Fen의 신보. 선공개곡들을 들으며 역시 Prophecy 이적후 허리 좀 피려나 싶던 'Dead Light'활동을 코로나 직격을 얻어맞아 조졌던게 매우 분했군..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앨범이 나온걸 듣고보니 꼭 그런거 같지만은 않기도 하고. 하여간 워낙 실망시키는 법이 없던 밴드였고 꽤나 벼르고 나오겠지 싶어서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적어도 'Carrion Skies'이후 앨범 중엔 가장 별로지 않나 싶네.. 신보는 미묘하게 퇴보와 표류 사이에서 배회하는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 밴드에게서 기본적으로 기대할수 있는 특유의 스산한 감성과 구성력 등이야 여전하지만 부분부분 위화감이 있다고 할까, 전작의 스트레이트한 느낌과 메탈릭한 요소-걍 까놓고 Enslaved스러운 그것-들은 살렸지만 깔끔한 멜로디라인과 코러스 등은 날리면서 블랙게이즈의 맛은 거의 걷어내버렸고..그렇다고 초창기의 쌉싸름한 블랙메탈로 돌렸다고 하기엔 거칠지도 달달하지도 않은 좀 어정쩡한 사운드..감성적인 코드가 다소 약해지다보니 기술적인 전개가 도드라지는건 또 나름대로 괜찮긴 하지만 전작에 이어 믹싱/마스터링을 맡은 Chris Fielding의 뭉툭하고 퍽퍽한 톤이 안그래도 미적지근한 방향성의 사운드에 답답함을 가중-내가 워낙 쨍한 톤을 좋아하기는 한다-시킨다. 러닝타임 8~9분대의 거의 같은 호흡의 곡들만 빼곡하다보니 사실 곡들의 상태가 나쁘지 않음에도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 그럼에도 워낙 하던 끕이 있던 밴드가 되나서 여전히 탄탄한 곡들이긴 하나 그래서 포스트-블랙을 대표하는 어쩌고 하며 이 앨범을 들이밀기는 조금 망설여진다. 역시 전작때 정상적인 활동을 해서 좀 더 이름을 알렸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커진다.. 항상 잘할수 없는건 사실 당연한건데 그걸 해내던 양반들이라 쪼오금 실망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