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nadier - Trumpets Blare in Blazing Glory

뭔가 체감상 '세상의 끝'이란 느낌마저 드는 캐나다 동쪽 섬 끄트머리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라는 곳에서마저 괜찮은 메탈밴드가 등장한다..작년 데뷔작을 내놓은 Grenadier는 흡사 Bolt Thrower가 멜로데스를 구사하는듯한 호방하고 선굵은 사운드를 선보이는데 멜로데스임에도 예테보리 사운드의 영향력이 1도 느껴지지 않는게 재미있는 점이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세간의 평도 그렇고 이러한 정체성은 딱히 유니크한 점은 아닌게 이들의 스타일은 90년대 후반~00년대 중후반 NS밴드로 악명높은 멜로데스 밴드였던 Arghoslent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계승or충실히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고 최대한 좋게 봐도 약간의 변주만 준 정도기 때문에..여기서 Arghoslent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밴드가 없이 이 밴드가 존재할 도리가 없기에..

 

주로 블랙메탈 꼴통들에게 집중되어있던 통칭 NSBM, 나치와 악마숭배/민족주의를 표방한 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 등을 주요이념으로 삼던 장르나 이즘이랄까 사실 카운트 그리쉬낰같은 사례만 봐도 그저 병신들의 정신병 집단발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입에 못담을 쓰레기들이라고 비난받지만 나로선 또 그닥 와닿지 않았던게 1)남의 창상보다 내가 종이에 베인게 아프다고 욱일기 이슈에 비해 나치 타령은 체감되는 불편함이 사실 그다지 없고 2)NS밴드 거의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음악 퀄리티가 참담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관심 밖이 되었다고 할까..뭐 이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역시 밴드가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거 자체가 사실상 저질 인증이나 다름없다는게 나의 생각이기 때문. 허나 개중에도 예외적으로 괜찮은 음악을 선보였던-애석하게도- 밴드가 Arghoslent였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등장한 Arghoslent는 기본적으로 NWOBHM의 강한 영향력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rpm을 크게 끌어올리고 걸쭉한 데스메탈 그로울링과 선굵은 리프, 블루그래스 스타일의 독특한 멜로디 감각을 버무려 인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밴드였는데..문제는 이 밴드가 아주 악명높은 NS밴드였고 특히 집요하고 꾸준하게 백인우월주의/노예제도/인종차별에 관한 가사들을 노래하며 스스로 가치를 다 까처먹었다는데 있다. 신은 어째서 이런 뇌가 고장난 짐승들에게 이런 재능을 줬던걸까 싶을 정도로..아마 평범(?)한 노랫말을 가진 멜로데스였다면 메탈코어나 유러피안 멜로데스의 대항마..까진 못되더라도 나름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북미의 강자로 위상을 가질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 제 무덤 제가 판 Arghoslent는 이쯤하고 그래서 Grenadier는 냉정하게 보자면 Arghoslent '사운드'의 카피캣이나 적어도 추종자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애초에 밴드명부터 그렇고..다만 약간의 차별화를 꾀한 부분은 있다. Arghoslent의 가장 유니크한 부분인 블루그래스/홍키통크 풍의 솔로잉과 흥겨운 분위기는 음악적 설득력은 분명 있으나 멜로데스의 관점에선 조금 쌩뚱맞을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과감히 덜어내고 더 정형화시킨 헤비메탈 버전이 Grenadier라고 할수 있을거 같다. Running Wild나 Manowar의 멜로데스 버전같다고 할까..심플하고 마초적인 멋스러움이 강화된 느낌. 물론 가장 큰 장점은 Arghoslent에서 '인종차별'이라는 찜찜한 요소가 제거된 버전이란게 제일 크겠고 뭐..애초에 누구한테 말 안하고 들으면 될일이지만. 나는 그렇게 쿨하질 못해서 미묘한 죄의식을 가진채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거 자체가 짜증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