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itanblood - Death

내가 워메탈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것은 사실 음악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평면적이란 생각을 하는게 크다. 물론 심플한 사운드가 줄수있는 쾌감이나 미덕이 있겠지만 워메탈의 그것에는 그리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에..특히 개똥같은 음질이 사악함으로 자연스럽게 치환되는것 같은것들.. 하여간 나의 고정관념에 시원하게 침을 뱉어준 밴드와 앨범이 딱 한장 있는데 그게 바로 스페인의 Teitanblood와 'Death'다. 딱히 워메탈에 열광하거나 식견이 있는것도 아님에도 한장이라고 우겨보는 것은 이 앨범에 근접하는 사운드는커녕 이른바 '워메탈 명작들'을 듣고 긍정적인 감상을 했던 경험 자체가 거의 없기땜에..그만큼 이 앨범은 썩 그렇게 독특한 작법을 택한것은 아니지않나 싶으면서도 상당히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하는 독살스런 작품이다.

 

사실 전형적인 타잎의 무성의(?)한 워메탈과는 거리감이 좀 있고 블랙/데스 밴드가 워메탈의 특성도 갖추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듯하다. 그야말로 검을대로 검은 음습함이 넘치는 가운데 곡당 10분을 우습게 넘어가는(!) 압박감이 절로 느껴지는 러닝타임의 대곡들을 산처럼 쌓아올린 매캐한 리프들과 무지막지한 헤비니스-거의 20~30대의 스태미나를 회복한 Celtic Frost같다면 믿겠는가-로 떡칠해 밀어붙이는데 청자가 질식해 쓰러질 지경..아주 그냥 사후세계의 영혼을 지옥 밑바닥으로 끄집어내 몽둥이 찜질을 하고 피떡이 된 영혼이었던것을 잘근잘근 씹어먹어 똥으로 싸갈기는듯한 악랄함이 혀를 내두를 수준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터무니없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나 러닝타임이 터무니없을수록 연주 테크닉 과시 쇼케이스 or 다크 앰비언트니 둠이니 쌧바닥이 길어지면서 과연 본인들은 본인들 음악의 목적을 알고있을까 싶은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경향이 강한 익스트림 메탈계의 특징을 감안하면 이들의 정직하고 견고한 송라이팅과 완급조절 능력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솔직히 말해 본인들도 재현하지는 못했으니(안했던걸까) 약간은 교통사고 같은 앨범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앨범.. 워메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기보단 그저 Teitanblood라는 밴드에게 잠시잠깐 귀신이 씌었거나 한걸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