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god - Slumber of Sullen Eyes
'대위법'과 '카논'에 환장하고 '인간을 초월'하길 좋아하던 모 다음까페가 문을 닫은건지 글을 지운건지.. 더 이상 '리뷰할 좋은 앨범이 없다'는 패기넘치는 이유로 인해 사실상 가사상태에 빠진지 오래인 까페긴 했지만..한창때는 국내 음악 커뮤니티들 오가며 분탕 깨나 치고 다니는 오덕들이었는데 뭐 이제 커뮤니티랄것도 남은게 없고 즈그들도 나이가 좀 먹고 보니 지난 글들이 오그라든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던걸까. 그래도 다소 병신같은 구석이 있더래도 순수하고 진지하게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에 탐닉하는-그래봐야 검색 배틀이지 싶지만-거 자체는 굉장히 열정적인 애들이었고 할일없을때 가끔 들어가 밑도 끝도 없는 장광설들을 무협지 보는 느낌으로 읽으며 시간 죽이기 좋은 까페였는데 트루 한닢 같은 배꼽쥐는 명문을 다시 못보는건 조금 아깝구먼..
뭐 그건 그렇고 이들이 추앙하는 음악들이 내 입맛에 그다지 잘 맞지는 않았다. 일단 나는 뭘 쳐 녹음해놓은건지 식별하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하는 음질의 앨범들은 내용불문하고 몸이 거부를 하기 땜에..The Chasm같은 오랫동안 물고 빨 밴드를 이 까페 덕에 알게 되기도 했지만. 여기 핀란드의 Demigod 역시 인간을 초월하는 밴드(당췌 그 근거가 뭔지도 모르겠고 애초 왜 초월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라며 무지하게 빨아주던 밴드였던 기억이 난다..Beherit, Demilich, Adramelech 등 모두 활동 당시에 주목을 받던 밴드들은 딱히 아니었던거 같지만 공통적으로 90년대초에 인상적인 데뷔작들을 내놓았던 일련의 핀란드 데스메탈 밴드들인데 사실 그 색깔이 기괴한 공통적인 특색도 있지만 퀄리티에 비해 매우 조명을 받지 못함으로서 오히려 훗날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된 밴드들이란 점-아마도 인터넷의 힘-에서도 나름의 공동운명체 같은 느낌도 있다. Demigod의 데뷔작 'Slumber of Sullen Eyes'또한 뭐랄까 굉장히 '영적'이거나 '우주적'인 애트모를 담고 있을것만 같은 폼을 조금 잡기는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잘 만든 평범한 올드스쿨 데스메탈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굉장히 빡빡하고 잘 짜여진 리프를 선보이다가도 엉성하고 대충 후려쳐버리는듯한 곡들도 종종 튀어나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무게감도 있고 멜로디를 강조하지 않아도 분위기있는 연출을 곧잘하는 점은 인상적인 점이다. 미국밴드가 아니니 Cannibal Corpse, Morbid Angel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치더라도 듣보 주제에 당시 유럽에서 쏟아져나오던 Entombed/Dismember류의 Sunlight 데스메탈과도 궤를 달리하는 독자적인 색을 갖고 있던 것도 독한 구석이 있었다 봐야겠다. 물론 이런 데뷔작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진 못했지만 외려 유명세를 얻지 못한것이 훗날 인터넷과 미디어의 힙스터들이 더 꼬여든 요소가 되진 않았을까. 하여간 그시절 핀란드 데스 중엔 단연 귀에 잘 박히는 평범한 성격(?)의 사운드였다 싶으나 놈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꽂혔는지까지는 끝끝내 알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