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stile - Glow On

Turnstile은 하드코어에 약간이라도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을 정도로 근래 미디어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빨아주는 밴드 중 하나다. 일찌감치 로드러너의 로스터에 등록되면서 나 역시도 모를수가 없었고..단지 Time & Space같은 앨범을 들었을때 내 소감은 이들이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를 받고있다고 느꼈을뿐..뭐랄까 마땅한 스타밴드가 없으니 젊은 스타밴드를 만들어서 빨아준다고 해야할까, 멜로딕한 하드코어를 파퓰러한 감각으로 깔끔하게..들을만하게 하는거까진 인정. 근데 그걸 이 정도로까지 빨아준다고?? 내 비록 하드코어한 하드코어 팬(?)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지랄은 못하겠지만 이거 괜찮은건가? 근데 요런 고까운 마음이나 '빨림'은 이 앨범 'Glow On'이 나오기 전까진 애들 장난이나 전초전에 불과했다.

 

Glow On은 메가힛트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거대한 성공을 거뒀고 Turnstile은 단숨에 빌보드와 그래미에서 노니는 레벨까지 올라간다.. 말인즉슨 메탈이니 락이니 일절 관심없고 단순 팝을 즐기는 일반인조차 'Turnstile'하면'아 그 하드코어 펑크 그룹 말이죠?'가 나온다는 얘기..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과 달리 웹상의 생생한 천갈래 만갈래 반응은 근래 어떤 앨범보다도 재미있다.. 'Fugazi의 Lovechild'부터 '반편이 Blink182에 불과'하다ㅋㅋ '21세기 Nevermind'와 '역겨운 디즈니 채널 하드코어'라는 평이 공존...어찌되었든 상당히 '저질렀다'는 느낌이긴 하다. 이 밴드 일단 출신은 하드코어 펑크 쪽에 있을지 몰라도 본작에선 그깟 세상의 굴레 따위 벗어 던지다시피 한다. 하드코어가 발 담그고 지나간 흔적은 살짝 묻어있긴 한데..오히려 Quicksand나 Stone Temple Pilots같은 90년대 얼트락이나 포스트 하드코어 쪽 냄새가 가까운 느낌인데 이것도 굳이 사운드의 재질을 명명하자면 그런거고 사실상 레트로한 기타팝이나 드림팝/슈게이즈의 화사하고 귀여운(..?)느낌이 잘 살아있는 상당히 편안하고 구김살없는 온화한 사운드인데 뭐 가타부타 할거없이 사람들이 좋아할법도 하겠구나 싶어 할말이 없다 해야할까. 중간중간 사상검증(?)하듯 청량한 펑크 넘버를 적당히 끼워놓은것도 뭐 밉지않은 점이겠고..세상 사람들은 원래 듣기좋은걸 좋아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문득 깨달아 뻘줌해지는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이렇게까지 성공할 수준의 밴드인가,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으며 2)열렬한 하드코어 키즈들에게 막대한 혐오를 사는것을 피하기는 힘들겠다..라는 점. 다만 그놈의 마이너리티/정통성 고집이 이 장르 정체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였던 것만은 틀림없고 앞으로도 '신념의 수호자'들은 아마도 꾸준히 나올듯하니 이런 돈많이 버는 유명한 애들이 나오는걸 마냥 꼽게 생각할 일은 아닐지도..하드코어라는 음악도 있다더라부터 시작해야하는 사람도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