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cation - Netherheaven
Revocation은 두말할것없이 잘하는 밴드기는 했다. 스래쉬/멜로데스/메탈코어/테크데스 심지어 프록메탈의 엣센스까지 조금씩 빼와 모조리 비벼 도저히 3인조가 뿜어낸다고 믿기힘든 짜임새와 연주력을 가미해 마구 토해내는 강렬한 근본없음+달리고보는 원초적 쾌감을 버무릴줄 아는 밴드였다..만은 이윽고 문제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1)나쁘지 않은 컨셉을 가진 대단한 실력자들임에 불구하고 그래서 'Revocation'만의 사운드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아이덴티티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 2)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방향성의 앨범만을 반복적으로 찍어냈다는 점이다. 정말 기복없이 수준급의 작품들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밴드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다할 변화나 발전이 없는 레코드들을 주제만 조금씩 바꿔가며 반복 양산하는걸 주구장창 듣고만 있는것도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심한 말로 Revocation은 'Chaos of Forms'만 들으면 끝나는 밴드기도 했다 어차피 뭘 들어도 거기서 거기고 Chaos of Forms보다 뛰어난 앨범은 없으니까..3인조면 음원이나 음반값을 빼주는것도 아니고 3인조건 8인조건 음악만 좋으면 장땡이니 뭐 이제 나이도 묵을만치 묵었고 연주력이 빼어나고 자시고도 그렇게 튀는 세일즈 포인트도 아니다. 해서, 뜬금없는 유튜브의 추천으로 이 앨범을 듣기전까지 나는 Revocation을 한 7~8년 정도는 듣지 않았던거 같은데..
'Netherheaven'의 Revocation은 조금 다르다. 그간의 미묘한 지지부진함 같은것은 시원하게 털어버린다. 그런데 그 방식이 영 독특하다고 할까 참 지들답다고 해야할까, Revocation은 지금까지 지들이 해온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되 훨씬 더 지독하게 해버린다. 방향 수정이 아닌 그냥 (안그래도 낮지않던)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려 버린것.. 더 정밀하게 리프를 쪼개고 비트를 후두려까며 쉬지않고 청자를 압박하고 고막을 조져댄다. 분명 이대론 안된다는 생각을 하긴 한것같은데, 돌파구를 포크레인을 끌고 와 뚫어버릴 줄은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 나이가 먹어 출장시간이 줄어드는 33살 청소기형 미드필더가 90분 뛸 체력이 안되니 120분 뛸 체력을 만들어온 꼴이다..참 무식할 정도의 외골수라 아니할수가 없는데 앨범이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즐거우니 쌍따봉 안 갈겨줄 도리가 없다. 그 Chaos of Forms이후 단연 최고다. 이 무식한 처세술이 언제까지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이것대로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