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ac - Love in Shadow

Isis, Russian Circles, Baptists의 멤버들이 헤쳐모인 포스트메탈/슬럿지 슈퍼밴드라는 Sumac의 수식어는 참 구미가 당기면서도 생각이상으로 따분한 선문답메탈은 아닐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뭐 구성원 중에 다름 아닌 아론 터너(Isis)가 껴있기때문..슬럿지 성분 함유한 밴드 한정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구간구간 다소간의 지루함은 있어도 대부분 굉장히 좋았던 쪽이 Neurosis라면 음악은 귀가 땡기는 구석이 있지만 결국 도저히 지겹고 밍숭맹숭해 들을수가 없었던게 Isis였다고나 할까..그래도 우려와는 다르게 Sumac은 Isis 특유의 지루한, 뜬구름 더럽게 잡는 포스트메탈식 접근보다는 슬럿지 본연의 묵직하고 선굵은 특성과 다이나믹하게까지 느껴지는 꽤나 교활하고 흥미로운 전개와 구성력이 잘 맞물린 상당히 괜찮은 사운드를 선보였다. 멤버 한명한명의 연주적 묘미를 잘 살린것-특히 드럼 Nick Yacyshyn이 상당히 사람이 아님-은 물론이고 말이다..이게 참 말이 쉽지 슬럿지란게 쉽게쉽게 놀자판으로 접근하자니 장르 특유의 독한 맛이 통 살질 않고 오소독스하게 가자니 조금만 오바해도 컨셉에 잡아먹혀 음악같지도 않은 무언가가 되기가 십상이라(ex-Primitive Man) 그 미묘한 줄타기가 쉽지않다..많은 밴드들이 어설프게 줄을 타느니 아예 깔끔하게 한쪽 노선을 포기하고 한쪽만 파버리던가 아예 다른 사운드를 하면서 슬럿지를 양념처럼 얹는 식으로 샛길을 찾는다. 이들처럼 시행착오를 겪을지언정 정면돌파를 택하고 또 결과물을 내는 밴드는 생각처럼 많지 않다.

 

전작인 'What One Becomes'가 엄밀히 하드코어나 포스트메탈 쪽에 적을 두고 있던 멤버들이 온전하게 슬럿지에 안착해 'Sumac'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 앨범이라 한다면 본작부터는 방향을 살짝 틀어서 쪼오금 더 나아간다. 전반적인 흐름이 더 길어지고 흔히 말하는 드론이나 프리째즈, 노이즈락같은 조금 골아프고 있어보이는 요소들이 조금씩 첨가되는 형태다. 나로썬 그렇게 반가운 변화는 아니긴 한데 막상 들어보니 그렇게 큰 변화도 아니고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조금 더 골방 감상형 슬럿지로서 심화되었다 보면 될듯하다. 이제는 제법 여유있게 가는데도 무게감이 자연스레 배어나는데 슬슬 장인의 풍모가 보이는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