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dle of Filth - Cryptoriana: The Seductiveness of Decay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버티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사무치게 실감하게 되는 일이 많다..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부활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Cradle of Filth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CoF가 잠시나마 지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탈밴드였던 시절이 분명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뉴메탈과 스타크래프트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즈음이 아니었나 싶은데..어찌됐든 CoF와 다니 필쓰는 곡을 잘 쓰는건 둘째 치고 그걸 소화해내는 역량과 카리스마가 거의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이던 그야말로 익스트림 메탈계의 먼치킨적 존재이던 시절이 있던만큼 그 추락의 폭도 컸다고 할까. 창작력은 무뎌지고 악상은 고갈되기 마련인게 당연한 일이지만 CoF의 경우는 동시다발로 모든것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한도 끝도 없었다. 흡혈귀 메탈이란 독특한 컨셉은 금세 생뚱맞고 유치한 이미지로 탈바꿈됐고 곡들은 쓰면 쓸수록 퀄리티가 수직낙하해 트랜스 버전 믹스나 하며 거의 자포자기 단계에 들어섰고 다니 필쓰의 성대는 아작이 나 라이브 진행불가 수준에 뻔질나는 멤버교체는 이미 아무런 효과가 없어 누가 들어오고 나가도 아무도 관심이 없는 상황, 쓰잘데없이 활동의지만은 강해 정말 성실하게 앨범은 냈지만 변반이 무한증식하는 결과만 반복...이 비참한 악순환은 오랫동안 밴드를 지키던 기타리스트 Paul Allender가 나가고 Ashok과 Richard Shaw듀오를 맞아들여 Hammer of the Witches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끝나게 된다.

 

CoF의 부활에 이 듀오의 힘이 절대적이었던게 그냥 저 둘이 들어오고 나서 곡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뭐 거의 완전하게 개선이 된다. 때마침 다니의 목상태도 돌아오고 있었고..HotW이후 Cryptoriana, Existence is Futile까지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면서 밴드는 Dusk/Cruelty로 대표되는 초창기 영광의 시대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음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3장의 앨범이 각자 성향이 조금씩 다른데 보다 다채로운 모습이 담긴 앨범이 있고 직선적인 스타일에 스케일이 큰 앨범이 있기도 하지만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은 17년 앨범인 Cryptoriana이다. 이 앨범이 부활 이후 가장 선이 곱고 클래식한, 고딕적인 CoF의 모습이 담겨있는 앨범이라고 할까. 조금 구태의연한 게스트지만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인 Liv Kristine의 목소리도 들을수 있으니 뭐 아주 좋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음산함이나 퇴폐적인 맛은 예전보다 덜해도 상당히 서정성(선정적 말고)도 있고 적당히 귀에 잘 감기는 지금의 사운드가 더 맘에 든다. 처음 CoF를 알았던 때는 한참 Korn이니 Sepultura같은걸 들을때라 좀 취향이 아니기도 했고 차후에도 영 게이새끼같은 CoF보단 Dimmu Borgir가 훨씬 좋았기땜에..물론 지금 딤무는 생사도 불분명한 상태지만. 정말로 사람 일은 모르는것이다 0순위로 사라질 밴드처럼 보이던 CoF가 최후의 승자가 될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