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rted - Maniacult
Carcass가 헤비뮤직계에 끼친 영향력이 어마무시한데 그렇다면 그 유지를 이어받은(뭐 아직 죽진 않았다만) 적장자는 누구일까. 실력으로 보나 커리어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북미라면 Exhumed가, 유럽이라면 Aborted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둘 다 정육점 메탈의 엔터테인먼트적 측면만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감이 있긴 하지만 뭐 애당초 음악이란거 자체가 즐기고자 하는게 첫번째 대원칙이라 봐도 무방한만큼 크게 흠잡을 포인트는 아닌거같고 현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이제는 후배들 또한 연식이 꽤 되다보니 Exhumed는 연차가 쌓이면서 초반의 폭압적인 파워와 광기가 쭈욱 빠지며 사운드의 힘이 자연스레 많이 빠진 상태라는 것이겠고.. Aborted는 오히려 이천년대 중후반 탈 브루탈-뎃을 꿈꾸며 모던한 코어 사운드로의 변화를 꾀했던 전력이 있는데 차가운 반응을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본래의 사운드로 회귀하여 지금까지 쭈욱 정진하고 있다만 그런데 여기서 문제-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는 바로 그 쭈욱 외길인생을 걷고있는 Aborted가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오히려 흥미가 없어졌다는것.. 절대적인 퀄리티는 크게 나무랄데 없는 사운드긴 하지만 몇장째 언제나 똑같은 예상가능한 사운드에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하여간 그 좀 센추리 미디어스러운 사운드 프로듀싱.. 언젠가부터 나로서는 새 앨범이 나오는것조차 관심이 아예 없어진 밴드가 되었다.
헌데 21년 작품인 이 Maniacult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고 해야할지, 사실 이 밴드를 제대로 들었다 할만한건 Global Flatline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이 앨범 이전부터도 폼이 착실히 회복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운드는 너무나 익숙한 Carcass의 영향 하에 있는 바로 그 Aborted표 브루탈 데스 사운드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것이긴 하다. 다만 그것들로 앨범을 구성하고 곡들을 펼쳐내는 솜씨가 너무나 능수능란하고 여유가 흘러넘친다고 해야할까, 삼류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전설의 사파 무림고수가 듣도보도 못한 초식으로 정파의 장문인들을 도륙하는 장면 같다고 해야하나, 이들이 어느 틈에 이 정도의 내공을 쌓게 되었나 싶어 의아하기까지 하다. 'Heartwork'가 얼핏 지나간다고 하면 오바가 심한거겠지.. 선입견만큼 사는데 도움 안되는게 없음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제때 들었다면 틀림없이 21년 한해의 앨범 한자리는 줬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