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 Inferno

독일의 Blood는 등장한 시기나 스타일 측면에서 꽤나 선구자적 면모를 많이 보였던 그라인드 밴드다. 저음 위주의 누덕누덕한 그루브와 터부시되는 민감한 주제들을 거침없이 다루는 과감함은 향후 고어그라인드나 데스그라인드의 스타일이 구현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것이다..만은 음악을 썩 그렇게 잘하진 않았다고 해야할까, 독한 스타일은 아주 잘 잡았지만 대체로 지루-그라인드가 지루하기도 쉽지 않다-한 단조로운 악곡들이나 의도한듯한 구릿한 프로덕션은 컨셉과는 적절하게 매칭되긴 했는데 안 그래도 구릿한 곡들을 더 후줄근하게 만들어서 반복감상을 힘들게 만들었다. 요약하자면 '깨어있는 B급'같았단거지..누구나 Venom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떠들지만 굳이 듣지는 않는것처럼? 이들은 그런 유명세까진 얻지도 못한거같지만.

 

2017년작 'Inferno'는 14년만의 복귀작이었다. 이들의 팬이라면 가슴떨릴만한 오랜만의 귀환이었는데..그다지 달라지거나 발전한건 없었다. 그냥 언제나의 Blood를 좀 더 좋은 음질로 들을수있는데 의의가 있는 정도. 문제가 있다면 말끔한 사운드 프로덕션은 이들과 그닥 어울리지 않았을뿐더러 이제 와 Blood를 듣기엔 들을게 너무 많다란 느낌. 그라인드가 노스탤지아를 자극할만한 장르도 아니고..예전곡들을 재녹음해 스리슬쩍 트랙을 채운것도 너무 B급스러워서 '짜치는' 행태 같았고 말이다. 그렇게 나쁜 앨범은 아니지만..역시 추억은 추억속에 남아있을때나 좋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