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sun - Time II

그냥 돈이 없어서 레코딩을 못한다..전용 스튜디오가 필요하다..원한만큼 믹싱이 되지 않았다..완벽/작가주의적 고집이라기엔 Wintersun과 Jari Maenpaa의 끊임없는 크라우드 펀딩과 'Time II'의 기약없는 연기는 팬들을 지치게하기 충분했고 비아냥을 넘어 밈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멤버의 탈퇴소식에 '앨범작업을 하려해서 윈터선의 전통을 깨트린게 틀림없음'따위의 반응이 나오는식..작품 간격이 심하게 늘어지는 밴드가 없진 않지만 신보를 내는게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없는 메탈리카 정도가 아니고서야 강산이 한번 바뀔 즈음 얼굴을 내미는 이들의 패턴은 확실히 심하기는 했다. 음악을 못하면서 이런식이면 문제될게 없었겠지만 포기하기엔 음악은 잘하고 또 기다린게 억울해서 오기로 버티는 팬이 적지 않았을터.

 

그렇게 에픽/심포닉/멜로데스계의 'Chinese Democracy'가 되는건가 싶던 'Time II'가 전작에 이어 12년만에 등장하고야 말았다. 'Time I'당시에 이미 상당수의 곡들이 작곡되어 있었다는데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걸 들려주려고 질질 끈건지..많은 의문을 안고 앨범을 듣고난 소감은 '이 시발롬 잘 뽑기는 했네'이다. 전반적인 사운드는 초창기의 핀란드식 포크/에픽메탈 스타일보다는 서사성과 서정미가 강조된 'Time I'의 흐름을 이어간다(당연하게도). 정형화된 윈터선의 음악이기는 하지만 원체 간만에 들은 신곡이라 신선하게 들린다. 생각보다 격렬하게 달리는 파트가 많은것도 맘에 드는 점이고. Jari의 기량이야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고 곡을 잘쓰고 어떻고 논할 단계의 밴드는 아니니 그건 덮어두고 역시 Jari가 고통을 호소하던 믹싱의 퀄리티가 궁금할수밖에 없는데, 아주 섬세하게 사운드를 만진건 분명하다고 느껴진다.

 

끔찍하게 오래 걸렸지만 전작들의 믹싱보단 확실히 우수하단 생각인데 또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차이인가하면 글쎄, 인공적인 맛-특히 Meshuggah스러운 드럼, 그리고 킥 소리가 너무 크다-이 강한게 다소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이상적인 사운드가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물론 이게 12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운드인지, 펀딩에 꾸준히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될만한 퀄리티인지 사실 윈터선의 진득한 팬도 아닌지라 잘 모르겠다. 뜸들인것에 비하면 좀 짧기도 하고. 그저 내놓은 사람이나 기다린 사람이나 한동안 발 뻗고 잘수 있을 정도는 되지않을까. 그래도 다행이다 12년만의 후속작이 똥볼을 찼으면 회생불가 수준으로 욕을 처먹었을텐데. 믹싱같은건 즉당히 타협하고 앨범을 좀 더 내자구요. 똥고집 정말 지독하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