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Tyrant - The Legacy of Sun-Moon Lake
대만의 멜로데스/포크메탈 밴드인 폭군(Bloody Tyrant)은 어쩔수없이 동향의 선배에 비슷한 사운드를 구사했던 Chthonic을 떠올릴수밖에 없는 밴드다. 음악의 색깔은 물론 보컬의 음색마저 닮았는데 또 가만보면 차이가 있긴 하다. 좀 더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의 멜로데스를 구사했던 Chthonic에 비해 폭군의 사운드는 포크메탈로 구분되기도 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하고 멜로디의 정취가 한결 강한 느낌. 또 '얼후'를 애용했던 Chthonic과 '비파'주자를 정식멤버로 들이고 있는 미묘한 차이도 있다. 엄밀히 이 밴드가 Chthonic의 영향을 받은 티가 역력하니 뭐 누가 낫다 할 사안은 아닌듯 하나..애초에 Chthonic은 보컬이 국회의원 생활(ㄷㄷ)을 시작한 후론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데 정력적인 활동중인 폭군을 더이상 엮는건 조금 실례일지도.
하여간 이 밴드는 다소 투박하고 약간은 블랙메탈의 기운도 느껴지는 직선적인 음악을 하던 초창기에서 점차 멜로디와 싱잉의 함유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듯 한데, 두번째 풀렝쓰이자 15년작인 본작이 가장 정점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는 앨범이라 생각된다. 근작들은 너무 멜로디 위주에 요상한 클린보컬이 과해져서 역시 이 앨범의 바란스가 적절하단 느낌..솔직히 말해 본작의 사운드 역시도 멜로딕 '데스'의 범주로 보자면 파워도 좀 떨어지고 진행방식이 다소 구태의연, 또 그렇게 혈기왕성한 느낌도 아닌데다 미묘한 레코딩 상태 역시 미적지근함에 한몫하는 요소이긴 한데..서정적이고 운치있는 멜로디만큼은 아주 근사하다. 특히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전통 악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고 메탈 사운드에 굉장히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이 부분만큼은 Chthonic은 물론 어지간히 내노라하는 에픽/포크메탈 밴드들의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놀라운 퀄리티..어쨌거나 그 손바닥만한 대만에서도 이런 감탄나는 밴드들이 연달아 나오는것은 부럽다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