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rted - Vault of Horrors
Carcass의 가장 유치하고 자극적인 엔터테인먼트적 부분만을 극대화한듯한 사생아 Aborted는 많은 혹평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정진해 여기까지 왔다..비교적 정통파 정육메탈러의 길을 걸은 Exhumed와 달리 초창기 이후는 데스코어의 엣센스를 함유한 모던한 색채가 강했던 Aborted는 그 성분의 농도 조절을 절묘하게 해가며 버텨온게 롱런의 비결이 아닌가도 싶은데, 사실 이제 그조차도 레파토리의 수명이 다해가는 느낌인게 우려되는 점이기는 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Aborted도 이제 결성 30년차에 가까운 고연차의 밴드-원년멤버가 보컬인 'Svencho'뿐이고 그도 워낙 어린나이에 데뷔해 실상 밴드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인데다 부활의 신호탄 같았던 'Global Flatline'조차 발매 10년은 더 된 앨범..참 시간이 화살처럼 간다. 하여간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이제 뭐함?'이란거지..전작인 'ManiaCult'가 특히 괜찮은 앨범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 밴드 이제 장르의 카테고리 안에서 안해본게 거의 없어보인다. 'Strychnine.213'에선 고어 뉴메탈같은 음악마저 했었다..뻘짓 또한 독하게 해봤던 밴드라 아예 정체성을 갈아엎지 않는 한은 이제 뭘해도 재탕의 삼탕밖에 할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Vault of Horrors'의 정면돌파는 너털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호쾌한 감이 있다.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을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기보단 그냥 잘하던걸 시원하게 다시 한번 하되, 굵직한 게스트들 모셔다놓고 호화판으로 놀아버리는것..깔끔하고 명쾌하다. 차후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지 뭐. 게스트들 면면도 화려하다.. Shadow of Intent의 Ben Duerr, Cryptopsy의 Matt McGachy, Despised Icon의 Alex Erian, Fleshgod Apocalypse의 Francesco Paoli, Archspire의 Oliver Rae, Ov Sulfur의 Ricky Hoover등 데스/코어 계열에서 악 좀 쓴다는 저명인사들을 많이도 불러모아 난리굿이다. 이쯤되면 오랫동안 장르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걸 다른 누구도 아닌 업계의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고 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라인업.. 솔직히 말해 과하게 '팔리는' 음악 느낌이긴 하지만 고어/브루탈/데스코어 계열 좋아하는 팬이라면 딱히 싫을 이유없는 사운드고 보컬 패턴이 단조롭지 않아 오히려 좋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발버둥친다한들 어차피 갈 밴드는 가고 흥할 밴드는 흥하고..그렇다면 당장 눈앞의 한장이나 똑바로 만드는게 옳게 된 일이 아닌가 싶은건 너무 이들을 옹호하는 시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