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tenced - North From Here
아직 멜로딕데스라는 스타일이 정립되고 간판급 밴드들이 필드에 등장하기 이전, 과도기의 시기에도 가능성을 시험하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앨범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상당수는 '원산지'라 인식되고 있는 스웨덴이 아닌 핀란드의 것이었다. 시작부터 요상야릇했고 이후 더더욱 독자적인 노선으로 나아가는 Amorphis는 그렇다 치더라도, 명품 멜로딕 고딕/헤비메탈 밴드였던 Sentenced의 초창기는 더더욱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향후 본인들의 색깔을 아예 읽을수조차 없는 Entombed/Grotesque/Carnage같은 당대 갬성의 올드스쿨 데스를 하다('Shadows of Past')가 93년에 발표한 본작 'North From Here'에 들어선 문자 그대로 아주 제대로 된 '멜로딕 데스메탈'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산만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디어와 리프가 넘쳐흐르고 제법 테크니컬한 면모도 가지고있는데다 기본적으로 Sentenced이다보니 멜로디를 녹여넣는 솜씨도 남다르다.
이 앨범이 또 재미있는점은 아직 Slaughter of the Soul(95)은 물론 Crimson(96) The Jester Race(96) The Gallery(95)같은 앨범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Carcass의 'Heartwork'보다도 이른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란 점이겠다. 세계 최초의 멜로데스 앨범은 물론 아니지만, 분명 장르의 태동기에 가능성을 시험하던 음악들중에 단연 손꼽히는 완성도를 보인 음악이었다고는 할수있겠다. 그걸 갓 스무살 남짓한 코흘리개들이 완성한 것도 놀라운데 전작과 비교해도 같은 밴드가 했다고 믿기 힘들고, 후속작과 비교해도 같은 밴드가 했다고 믿기 힘들고..게다가 이런 음악을 만들고도 밴드는 결론적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도 좀 어이없다. 물론 고딕/헤비메탈 밴드로도 인정받는 명밴드가 되었으니 그냥 타고 나길 천재새끼들..이었던 모양이지만. 이 바닥 결국 재능이 다다. 노력은 둔재들이나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