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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bstract Illusion - Woe

후럴 2024. 2. 29. 22:09

'프로그레시브한 메탈'을 언젠가부터 통 듣지 않게 된건 내가 나이가 먹어서인지 아니면 시대에 따른 뮤지션들의 변화탓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개인의 취향이 더이상 예열만 3~4분씩 걸리는 긴 템포의 음악보단 듣기 편한 스타일을 찾는것도 사실이고, Opeth는 물론 이후의 후배들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며 예전처럼 질좋은 음악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것도 사실이다. 근래의 프록메탈러에겐 어쩐지 차력쇼보다는 Haken이나 Leprous스타일의 무드잡는 팝송 분위기를 내세우는게 유행인듯한데 그나마도 잘이나 해야 말이지..적어도 가창만은 그네들의 발톱때만큼이라도 되는 싱어가 있을때 시도하는게 맞지않을까 싶은데 무슨 자신감들인지 모를 일이다. 내 귀엔 너무나 난잡하기 짝이 없는 Persefone같은 놈들도 1등급 차력사 대접이고..작년에 극찬을 받던 Earthside란 놈들은 뮤직비디오 하나를 다 못보고 재생바를 죽죽 긁다가 말았다. 요즘은 차라리 익스트림 메탈러들이 프록적인 요소를 넣어줄때 재밌는것들이 많이 나오지 프록메탈 카테고리에서 나오는 놈들 열에 아홉은 키보드로 후까시 잡는거 말곤 할줄 아는게 없는 따분한 놈들이다. 언제부터 프록메탈이 '지극히 평범한 악곡을 화려한 게스트들과 엄청난 물량의 스케일로 무마'하는 음악이었던거지..하여간 쥐뿔도 없으면서 폼만 재는 놈들이 많아진 느낌.

 

스웨덴의 An Abstract Illusion과 'Woe'는 오랜만에 맘에 쏙 들은 프록메탈이기도 하고, 이 장르에 애정이 식긴커녕 오히려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확 들 정도로 굉장히 반갑게 들린 앨범이다. 대체 자아도취성 키보드 후까시+소몰이 보컬(은 아니지만)이 없는 무덤덤한 회색빛 프록메탈이 얼마만인지. 청자보다 앞서서 질질 짜는 감성은 자제하고 되도록 차갑고 단단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차분하고 섬세하게 곡을 진행시켜 나가는게 무척 좋다. 차력쇼를 벌이는 스타일의 밴드도 아니고 담백한 컬러를 갖고 있다 생각되는데도 클라리넷이나 바순/바이올린/첼로 등의 클래식 악기들을 깔아놓는걸 보면 확실히 업계의 스케일이 예전하곤 많이 달라졌나 싶기는 하고.. 사운드에 비해 보컬이 너무 투박한 느낌이라거나, 결국은 Ne Obliviscaris의 하위호환이 아니려나 하는 생각도 슬쩍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프록/멜로데스는 이미 명운이 다했을지도 모르겠다. Be'lakor정도가 마지막 기수였을지도..이 밴드를 새로운게 없다고 까기엔 타는 갈증을 해소하는것만도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