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ffocation - Hymns From the Apocrypha
Cannibal Corpse처럼 매번 같은걸 반복하면서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 맛이 더하기까지 하는건 사실 굉장히 드문 사례다..본의아니게 Erik Rutan이란 고급자원을 수혈받기도 했고.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이고 그래서 브루탈 뎃의 터줏대감 Suffocation은 나름대로 상당히 선방해온 밴드라 보는게 맞다고 해야할것이다. 그 창작력이 차츰 고갈되어 가는것은 어쩔수없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과정, 'Blood Oath'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생각하는데 이후로는 글쎄 사실 이 글을 끄적이기 전까진 앨범이 몇장이 더 나왔는지 알지도 못했다. 거기다 오랫동안 프론트맨을 맡고있던 Frank Mullen이 결혼(?!)과 함께 밴드를 떠났다. 물론 대체불가한 보컬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원년멤버에 프론트맨이 그만두었다는건 아무래도 '끝인가'라는 느낌이 강하다..뭐 새 삶을 찾아 떠난 사람은 그렇다치고 이제 창립멤버는 변발 드레드가 인상적인 흑인 기타리스트 Terrance Hobbs밖에 남지 않았다. 프랭크의 후임은 Disgorge의 드러머인 Ricky Myers가 임명..드러머라구??아무리 프랭크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보컬은 아니었다해도 전문보컬도 아닌 사람이 대체할 정도였나..?
이런저런 우려사항이 적지않았던 Suffocation의 오랜만의 신작 'Hymns from the Apocrypha'는 시대의 결말을 알리는 어떤 방점이라기보단, New Suffocation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시원스런 쾌작이다. 올드스쿨 데스메탈 밴드지만 올드한 멤버가 거의 물갈이가 되어 더이상 그리 올드하지 않게된만큼(뭐 따지고보면 지금의 멤버들도 적은 나이들은 아니겠지만 노령화가 심한 업계 평균을 고려하자) 새 앨범은 어느때보다 굉장히 박력이 넘친다. 전반적으로 이천년대 이후 구사해온 모던해진 Suffocation사운드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진 않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완급조절이나 음침함같은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화끈하게 두들겨패는데 집중하고 있는 느낌. 우려했던 Ricky Myers의 보컬도 생각보다 괜찮다. 오소독스한 데스 그로울을 들려주지만 S급이랄 정도는 아닌 뜨뜻미지근함도 전임자를 닮은게 무난한 교체가 이루어진듯.. 데뷔작이나 Pierced from Within같은 불멸의 클래식들에 비할 정도라곤 못하겠지만, 적어도 Souls to Deny로 복귀한 이후론 단연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아주 맛깔나게 다져주는 끝내주는 뎃메럴. Horrendous의 신보만 아니었다면 올해 최고의 뎃메럴 앨범으로 꼽았을것.
여담이지만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은 Christian Donaldson이 굉장히 깔끔하고 풍성한 사운드를 뽑아주었는데 Cryptopsy의 활동보단 엔지니어에 집중하는게 훨씬 나아보인다. 아님 아예 그 밴드에서 나와도 괜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