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Diamond - Conspiracy
레슬링 팀 Legion of Doom의 배다른 큰형(아님)인것만 같은 이 괴상한 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사실 순전히 Ihsahn때문이다. 최고로 좋아하는 밴드이자 보컬리스트라고 왕다이아 찬양을 일삼는 Ihsahn을 보면서 대관절 뭐하는 인간이기에 이토록 빨아제끼는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수가 없었는데 뭐 아닌게 아니라 클린보컬(?)은 거의 모창을 하는 수준으로 영향을 받긴 했더라만은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80년대의 가장 중요한 헤비메탈 앨범 중 하나인 Mercyful Fate의 'Don't Break the Oath'발표 이후 믿거나 말거나 음악적 성과와 별개로 상업적 이득이 따라오지 않는데 불만을 품은 Hank Shermann과 King Diamond간의 의견대립이 심해졌고 나만의 말 잘듣는 밴드를 꾸려야겠다 생각한 왕다이아 선생은 결국 Mercyful Fate를 박차고나와 Andy La Rocque라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었고.. 밴드 King Diamond는 Mercyful Fate와 극적인 차별점은 없는 멜로디컬하고 드라마틱한 메탈밴드(행크 셔먼이 생각한 보다 돈이 될만한 사운드는 어땠을지 궁금하긴 하다)였다. 또다른 80년대의 마일스톤 'Abigail'이 공개되며 밴드는 성공가도를 달렸고 호러/오컬트적 주제의 컨셉앨범을 내는 패턴이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
'Don't Break the Oath'가 King Diamond라는 거성의 등장을 알린 신호탄이라면 'Conspiracy'는 밴드 인원의 폼이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때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굳이 이딴 표현을 쓰는건 'Abigail'의 지지가 원체 높아놔서.. 본작은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밴드 특유의 음산함이 떨어진다는 평이 제법 존재하기는 하다. 글쎄 나는 애초에 주제 같은 부분은 관심이 없을뿐-지금이야 촌스럽기 그지없는 저 분장이나 호러컨셉은 당시에는 종교계의 진지한 공격을 받고 진 시몬스(Kiss)에게 표절 소송을 당할 정도로 어그로를 끄는 요소였다는게 재미있는 점이다-더러 비교대상이 Don't Break the Oath정도가 아니라면야 이 정도면 재수없음은 이미 충만하다 생각하는데..이 앨범은 특히 밴드 인원 전원의 기량이 물이 오를대로 오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타의 Andy La Rocque, 드럼의 Mikkey Dee, 키보드의 Roberto Falcao 모두가 고르게 불을 뿜는건 물론 동에번쩍 서에번쩍 왕다이아 선생의 정신나간 팔세토 보컬은 지옥의 모노드라마를 찍는 수준인데 화려하다못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양반처럼 색깔이 독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했던 프론트맨이 메탈 역사를 통틀어 몇이나 될까? 80년대의 끝자락에 발표된 본작 이후론 어쩐지 밴드의 기세도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변화를 도모한다는 발상 자체가 왕다이아 선생에겐 없었고 Mercyful Fate를 재결성하는등 꿋꿋하게 음악적 자존심을 지켜나갔지만 선생의 사운드는 예전만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