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b Mold - The Enduring Spirit
뉴스쿨 데스메탈-그딴게 있다면 말이지-의 대표적인 기수 중 하나였던 캐나다의 Tomb Mold는 데뷔 이래 흡사 한풀이라도 하듯 년에 한장씩 미친듯이 악상을 풀어내기 바빴는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결국 꽤나 몰아치는 템포의 그루비한 리듬섹션과 구성진 멜로디 가락 그리고 동굴 속 메아리치는 극저음 돼지꿀꿀이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빚어내는 극도로 쫀쫀한 Tomb Mold표 코스믹 데스메탈은 일찌감치 그 완성도를 인정받고 상당히 주목받는 신진세력으로 이들을 자리매김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만은, 이 밴드는 본격적으로 커리어의 하이라이트에 진입하는 단계에 앞서 4년이나 공백이 있었던걸 봐선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을 가졌던거 같다. 데스메탈 깎는 노인의 삶을 사는데 회의감을 느꼈든, 기존의 사운드에 지루함을 느꼈든, 앞으로도 할 자신은 없었던지 말이다.. 4년만의 신보 'The Enduring Spirit'은 뜬금없는 폭투다.
이들은 갑자기 'Cynic드리프트'를 박아버린다. 뭐 이들이라고 테크-데스를 하지마란 법도 없고 프록메탈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데스메탈 밴드들이 많은것도 사실이지만 Tomb Mold는 데뷔이래 지금까지 아주 오소독스한 데스메탈 밴드였다..이렇게까지 급작스럽게, 커리어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아무 힌트도 없이 밴드의 정체성을 틀어버렸다가 결과가 좋았던 케이스가 몇이나 될지..? 어안이 벙벙한건 잠시 덮어두고, 사운드 자체도 급커브의 충격도를 제하고 생각해보면 그리 신선하지 못하다. 정말로 Cynic이 Focus에서 했던 그것을 이제 와 굳이 답습하는듯한 느낌..냉정하게 그때의 Focus만큼도 과감하지 못하고. 현대의 전문 프록/테크데스 메탈러들이 당연하게 현대화시키고 제 나름 어레인지하고 첨가하는 그게 없으니 재미는 떨어질수밖에 없다. 들을수록 왜 이런짓을 한거지란 의문만 커진다..변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다가 문득 우리 정체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라도 느꼈던걸까? 급커브를 튼 사운드와 별개로 시종일관 3집까지의 동굴 모노톤 그로울링을 고집하고 있는 Max Klebanoff의 보컬은 개그에 가깝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보컬이지만 완벽하게 사운드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논다. 보컬 스타일을 바꾸기 힘들면 최소한 완급조절이라도 시도했어야 했는데 이건 너무 안일하다..익스트림 메탈 드러머와 꽤나 하드코어한 보컬을 병행하는 Max의 정황이 좀 특수한걸 감안하면 쉽지 않았겠지만.
이 요상한 실패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불쾌하거나 회생이 불가하게 글러먹었다고 평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테크니컬한 메탈로서의 재미는 있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료들을 개같이 비벼서 말아먹은 느낌이라 개밥치곤 먹을만하단 생각마저 든다. 망한 포인트가 너무 빤해서 어쩌면 빠르게 수정이 가능할수도 있고(Horrendous의 'Anareta'같은 전례도 있고, 애초에 이 정도로 망한 적은 없지만..) 아니다 싶어 철회하고 원래의 노선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Death와 Cynic이라는 태산같은 선배들을 접하며 큰 후배들인만큼 이런 유혹에 빠질 위험이 언제나 존재함을 인정해야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