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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ergy - Suicide by My Side

후럴 2023. 7. 23. 18:32

이제는 고인이 된 Alexi Laiho의 작품 중에 내가 가장 즐겨들었던건 사실 미묘하게 취향에서 어긋나있던 CoB이 아닌 Sinergy의 'Suicide by My Side'다. Sinergy는 Alexi와 그의 부인인 Kimberly Goss, 그리고 Jesper Stromblad/Sharlee D'Angelo등 채 만개하기 이전 유러피언 멜로데스의 굵직한 멤버들이 모인 단발성 프로젝트로 시작된 파워메탈 밴드였는데 밴드의 존속에 욕심이 나기 시작한 킴벌리와 알렉시에 의해 Roope Latvala, Marko Hietala(Nightwish)등이 수혈되며 좀 더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당연하게도 점차 밴드의 사운드는 알렉시 라이호의 입김이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하드락적인 면모도 보이던 사운드가 파워메탈+CoB풍의 멜로데스 때깔이 강해졌는데 오히려 이쪽의 방향성이 내 입맛엔 훨씬 잘 맞았다.. 나름 브랜드 파워가 있던 알렉시 라이호+한국계 멤버인 킴벌리의 영향인지 라이센스가 된 앨범이라 많이들 기억하고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알렉시와 킴벌리가 주도하던 때의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하더라만. 하기사 어떻게보면 이들은 어정쩡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사짜스러운 형식을 취하긴 했다. 나야 그래서 좋아했지만..

 

하여간 이 앨범 참 시원시원하고 좋다. 알렉시의 현란한 기타는 두말하면 입아픈건 맞지만 오히려 본가인 CoB가 아니란 생각에서인지 나댐을 자제하고 깔끔한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고 앨범을 낼때마다 눈에 띄게 발전을 거듭하는 킴벌리의 카랑카랑하고 파워풀한 보컬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데뷔작에선 안 어울리게 여리한 팝/고딕보컬 흉내를 내더니 다음 앨범에선 걸쭉한 하드락 풍의 보이스 컬러를 장착하고 본작에선 거의 기차 화통 삶아먹은 인순이-풍채까지 인순이 2명급인건 조금 아쉽지만-나 Chuck Billy의 성전환 버전 수준으로 진화한다. 굳이 본작의 단점을 꼽자면 안 그래도 깔끔한 Fredrik Nordström의 레코딩에다 곡들이 귀에 거의 때려박아주는 수준으로 캣치해서 굉장히 자주 듣게 되고 쉬이 질린다는 점이랄까. CoB도 보다 라인이 선명한 보컬을 배치했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 더는 알렉시의 곡을 들을수 없게 되었으니 부질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