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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 Remains - Dechristianize

후럴 2023. 7. 2. 18:30

이 앨범이 발표된것도 어느덧 20년이 되었구나..본작이 발매될 시점엔 현역 군바리였기 때문에 알 도리가 없었지만 당시만 해도 데스메탈씬의 최고 스타나 다름없는 Glen Benton이 투입된 밴드라는 사실만으로도 홍보효과는 확실했는데다 전역후에도 본작은 '절대 놓쳐선 안될 명작'이 어쩌구하는 입소문을 상당히 타고 있던 기억이 난다. 특히 Deicide를 아주 좋아하고 있던 입장에서 당연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앨범을 픽했다가 꽤나 뜨악했던 기억도..뭐 딴거없고 일단 Dream Theater도 아닌 주제에 곡이 길어도 너무 길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극혐하는 깡통스네어의 압박감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고 해야하나..사실 지금이랑은 비교도 하기 힘들만큼 음악듣는 취향이 편협했으니 일반적인 데스메탈과 사뭇 다른 뉘앙스를 취하는 이들의 사운드는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유튜브도 없었고 나는 여기선 일개 보컬에 불과한 글렌 벤튼을 너무 믿었다.

 

사실 나는 크게 관심은 없지만 초기작들의 평가 또한 나쁘지 않고 기존 세력들의 실력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맞지만 내가 좋아하고 또 말하고 싶은건 어디까지나 Dave Suzuki가 가세한 이후의 Vital Remains에 국한된 이야기인거 같다. 기존의 VR가 상당히 음습하고 오컬트 색채가 강한 고전주의적 데스메탈을 연주했다면(지금에서야 드는 뻘한 생각은 이러한 방향성은 오히려 요즘에 했다면 각광받지 않았을까) Dave Suzuki는 굉장히 유려하고 화사(?)하게 밴드의 색채를 바꿔버린다. 극렬한 반기독교적 테마에 걸맞는 악랄한 브루탈리티를 충족시키면서도 드라마틱한 구성력을 갖추며 비장미 넘치는 멜로디라인에 스패니쉬/어쿠스틱 기타를 섞어넣는 괴랄한 갬성, 멜스메/네오클래시컬 메탈에서나 맛보던 솔로잉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숭악한 데스메탈에 융합시키는데다 그 자신이 보컬을 제외한 악기 전반을 소화하고 작사/작곡까지 전담마크가 가능하니 음악적 능력이 그야말로 몬스터나 다름없는데 'Forever Underground'부터 착실히 밴드를 변질시켜오다 글렌 벤튼이라는 방패를 만나 마음껏 오바육바를 떨면서 판을 벌린게 'Dechristianize'가 아닌가한다. 결론은, 놓쳐선 안될 명작이 맞았다는것이다. 딱히 이러한 스타일의 뒤를 잇는 일종의 분파가 생성되거나 한건 아니니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식의 표현을 쓰기에는 어폐가 있을듯하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설득력있는 시도가 담겨있는 데스메탈이었다..고는 할수 있겠다. 그것도 흔하게 접할수 없는 퀄리티로 말이지.

 

Deicide는 여기에서의 활동에서 영감이나 힌트를 얻은게 분명해 보이는 문제작 'The Stench of Redemption'을 발표하게 되는데 글쎄 갑론을박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이후 앨범을 살펴보면 차피 레파토리가 떨어져가던 밴드가 괜찮은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나마도 내놓을수 있었다 싶기도. 아직도 호프만 형제 타령하는 사람들은 진짜로 그들만 돌아오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네.. Vital Remains는 'Icons of Evil' 한장을 더 내놓고 데이브 스즈키와 글렌 벤튼이 모두 떠나 개점휴업 상태가 된지 오래다. 한동안 라이브도 하고 했지만 홀로 남은 Tony Lazaro의 건강상태가 몹시 좋지않아 앨범은커녕 생사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메탈 삼촌들 근황은 들을때마다 처참한 상황이 너무 많아 이제 알고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