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Jihen - 音楽
한때나마 진지하게 시이나 링고를 좋아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뭐 2집까지의 동경사변이나 '加爾基 精液 栗ノ花'까지의 링고는 진지하게 천재 중에서도 상당히 클래스가 높은 상천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벌한 감성과 감각적인 사운드를 직조하는 천부적인 재주가 있었다 생각한다..다만 이 아지매는 어그로를 끄는 능력도 천부적인 데가 있어서 나이가 들고 음악적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특유의 관종력만이 더 돌출되고 한국놈인 나로선 피할수 없는 불쾌함이 혐오에 가까운 수준까지 가게 되었다 해야겠다. 딴것도 아니고 자꾸 욱일기를 비롯해 그 비슷한 골자의 내용을 줄기차게 건드리니 말이지..웹상에는 '사실은 그러한 의도가 아니었음'류의 링고를 위한 변명 내지는 자세한 해명이 많이 널려있지만 역시 일본인이 그러한 것들을 먼저 꺼내드는것 자체가 문제의식이 옅다고 할까, 불쾌하다는거지..아무것도 할수 없는 현실의 내가 뮤지션의 해명하지도 않을 사상적인 부분을 걸고 넘어지는 일이 굉장히 웃기고 허망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아무래도 내 안의 안중근에게 이 아지매는 아직 상당히 불편하다. 뭐 이런저런 이슈가 아니더래도 때마침 동경사변은 활동정지에 들어갔고 링고의 음악은 차피 더이상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히 관심도 없어졌지만.. 그런데 뭐, 10여년만에 동경사변을 재결성해 신보를 냈다는데, 간만에 궁금해지더라. 설마 여태 그 지랄을 하고있겠나..는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 그 개관종 링고 여사 인생 최대의 사업이었을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연출이 재패니스 이지메(...)가 터지며 불발된 사건 이후 첫 앨범인데 과연 어떤 음악을 들고 나왔을지가 역시 궁금하달까, 역대 최강의 히스테리가 담긴 어둠의 다크니스..죽음의 데스 같은 사운드가 튀어나오진 않을지?
헌데 새 앨범 '音楽'은 참 좋게 말하면 (본인의)힐링 앨범쯤 되겠고..그냥 평범하다. 분명 동경사변은 괜찮은 팝 밴드였던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특색없고 무난한 째즈-락 앨범이다..전성기 시이나 링고의 번뜩였던 악취미/도발적 특성은 단 1초도 재현되지 않는다. 드라마 주제가 감성의 그럭저럭 편안하게 들을만한 팝락인데 더 최악인건 묘하게 늙은 티가 난다고 할까, 그저 직업적이고 스탠다드한 중년밴드 느낌..이 아지매 참 잘되길 바라진 않았는데 막상 남몰래 좋아했던 누나가 애 줄줄 달고 생활에 찌든 모습으로 나타난 느낌..씁쓸하다 이 정도의 앨범을 동경사변이 10년만에 리유니언씩이나 해서 만들 필요가 있었나. 더이상 솔로는 신통치가 않고 이래저래 심신도 지쳤고 나이는 먹었고 회포도 풀겸 옛 따까리들 불러낸 느낌적인 느낌. 내 안의 안중근이 만지작거리던 권총을 집어넣게 만드는 드럽게 재미없는 복귀작..추억은 추억으로 남을때나 아름답다. 도로 해체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