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G
Craft - Total Soul Rape
후럴
2023. 1. 31. 20:43
커버아트(라고 할수나 있나)의 이미지부터 개인적으로 아주 학을 떼는 집구석(에서 녹음한듯한) 블랙의 냄새가 물씬한데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얼핏 들었던 사운드도 썩 인상에 남지 않았던 Craft의 데뷔작이지만 사실 Craft자체는 아주 좋아하는 밴드기는 하다. Craft가 아주 재미있는 밴드인게 어쨌거나 블랙메탈의 카테고리에 적을 두고 있는 밴드임을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최소 '블랙'성분을 유지하면서 정형화된 블랙메탈의 공식에서 벗어나는 작법에 매우 능한 작자들이라는 점이다. 특히나 그루브를 다루는데 아주 능수능란한게 여타 블랙메탈 밴드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점인데 심플한 리프들을 교묘하게 비틀며 지루하지 않게 그루브를 창출해내는 신묘한 재주는 똑같은 리프를 무한반복하는데도 쫄깃하게 들리게하는 M모밴드의 기이함에 버금갈만하다. 물론 그런만큼 골수적인 블랙 팬들에겐 그다지 인정받는 밴드가 아닌듯하지만 나같은 사짜 블랙 팬에겐 앨범 내는 주기가 갈수록 길어지는게 안타까운 금쪽같은 밴드다.
뒤늦게 듣고 있는 요 데뷔작은 이미 그러한 사짜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아직은 좀 전형적인 블랙메탈의 옷(?)을 걸치고는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궁둥짝을 가만히 두고 듣기 힘들만큼 방정맞은 그루브가 이미 넘실대고 있다. '다 죽고, 엿이나 먹어라'는 심플한 메시지 또한 블랙보단 펑크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긴 한데 또 그렇다고 사운드는 입이 찢어져도 펑크라고는 못하겠고.. 이딴식의 끝없는 외줄타기가 이들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