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Morphines - Partial Eclipse
Envy가 최절정을 달리던 그 시절 대한민국 씬..이래봐야 나로서는 떠오르는게 두 밴드 정도밖에 없긴 하군. Hollow Jan과 49 Morphines얘기인데 어쨌든 나는 훨씬 화끈했던 이 쪽이 좋았다. 둘 다 좀 너무할 정도의 엔비 파쿠리 밴드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지울순 없지만 그즈음 동아시아에서 스크리모를 하면서 엔비의 영향을 안 받기가 더 힘들었을것..아니 애초에 스크리모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게 엔비였던(기존의 스크리모 밴드들을 부정하려는건 아니지만)걸 감안할 필요가 있을것이다.
어쨌거나 49몰핀스의 유일한 앨범인 'Partial Eclipse'는 국산메탈이라고는 믿기 힘든 내용물을 담고있다. 단발성으로 그칠만한 사운드는 아니었다 생각되지만 '씬'이 없는 가혹한 조건의 한계는 그때나 지금이나..간혹 규격외의 뮤지션들이 등장하지만 누적되지 못하고 곧바로 퇴화하는 느낌이라 할까. 아스팔트에 씨를 뿌리곤 싹을 기대할순 없는 노릇..뭐 넋두리는 넣어두고, 이 앨범은 빼도 박도 못할 엔비 식의 스크리모를 담고 있지만 굉장히 헤비하고 그르렁거리는 맛이 있다. 감성적인 부분보단 확실한 파워에 보다 힘을 준 스타일이고 그런만큼 천천히 끓어오르는 서사성은 다소 약한 편인데 그렇다고 배제하진 않았다. 첼로 등의 현악기까지 동원한 후반부 장거리 넘버들은 확실히 포스트락 스타일로 가고자 했으면 얼마든지 그 쪽도 가능했을거란 확신을 주는 곡들. 엔비 식 스크리모는 좋아하지만 오글거리는 자기연민이나 한탄하는 갬성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앨범은 언제나 잘 커스터마이징된 라면 한사발의 포만감같은 물건이다. 사운드의 탄탄한 토대가 된 류명훈의 드러밍이 인상적인데, 이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하드코어 밴드들의 드럼을 맡았다. 대부분의 곡을 쓴 이일우는 잠비나이라는 요상한 국악/메탈 크로스오버 밴드를 하고있는데..그닥 흥미가 생기는 스타일은 아닌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