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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ver - Bergtatt : Et eeventyr i 5 capitler

후럴 2025. 4. 13. 14:49

Ulver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히 아니다. 올드보이는 환장하지만 박찬욱을 좋아하진 않는것처럼..일찌감치 포크나 트립합, 앰비언트/신스팝으로 눈을 돌렸으니 메탈팬들에게 Ulver에 대한 언급이 적은것도 당연한 일일터. 나이를 먹을수록 메탈돼지 성향이 완고해지는 내 입장에선 더더욱..하지만 그럼에도 블랙메탈의 바리에이션을 크게 잡아 늘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초기 Ulver의 공을 간과하긴 힘들것이다. 특히나 데뷔작인 이 앨범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Ulver의 작품이기도 하다.

 

블랙메탈 리프들과 어쿠스틱을 동반한 서정성, 아름답고 파퓰러한 멜로디라인 등 지금에 와서 보면 이 앨범의 작법은 상당히 흔한 패턴이라 생각될수 있겠지만 95년이란 발매시기를 감안하면 이들이 바로 그 스타일을 제시한 장본인들이란(최초라고 당당히 우길수가 없는건 내가 그 시기의 블랙메탈을 잘 모름)점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보인다. 블랙 메탈의 삵쾡이 보컬과 몽환적인 클린보컬을 제 방 문지방 넘나들듯 하는 Kristoffer Rygg의 보컬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고 말이다. 무엇보다 포크메탈이 됐건 페이건블랙이 됐건 이런걸 블랙에 섞어도 꽤 멋지구나,하는 어떤 영감을 주기 충분한 사운드가 아니었을지? 멀리보면 블랙게이즈 역시 이 앨범의 강한 영향을 받았거나 못해도 이게 아니었으면 등장시기가 훨씬 늦춰졌을것이라 한다면 조금 비약인가? 뭐 이들을 블랙메탈의 범주에 넣는것조차 꺼려하는 블랙 대원군들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을게 분명하지만 말이지..내가 보기엔 이 앨범의 문제는 딱 두가지인데 1.밴드가 두번 다시 이런 앨범을 만들지 않았다는것과 2.너무 짧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