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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 Zombie - The Lunar Injection Kool Aid Eclipse Conspiracy

후럴 2024. 10. 13. 15:03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뮤지션이 시원하게 조진 이미지를 회복하는건 쉽지않은일이다..White Zombie에서부터 시작된 저지능 그루브+댄서블한 인더스트리얼 메탈에 쌈마이 호러킹의 이미지를 입혀 엔터테인먼트형 락뮤직의 끝을 시험하는듯했던 롭 좀비의 위세는 'Educated Horses(기억 안 난다고?정상이다)'부터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좀 다른걸 해보고 싶어했던것같고 그때까지의 본인의 강력한 무기를 버리긴 했는데, 제시하는게 없었다. 음악이 잘 안풀려서 시작한건지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된건지 그즈음 영화감독을 하겠다며 나서서 실제 꽤 많은 영화들을 찍기도(솔직히 재미고 뭐고 없었다)했지만 갈수록 혹평을 면치 못했다. 저예산으로 어떻게든 뽑아내서인지 커리어는 어찌저찌 이어가곤 있지만..연기 재능은 없어보이던 쌔끈함 원툴 마누라만큼은 덕분에 영화출연 실컷 했으니 부부금슬은 돈독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헌데 그런 와중에도 롭 좀비는 조금씩 음악적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뿐..특히 하드락/컨트리/인더스트리얼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맛깔나게 배합하는 솜씨가 의외로 좋은 기타리스트 John5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처음엔 시행착오 그 자체였지만 점점 궁합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젠 나이도 나이고 예전같은 호러 이미지를 고수하기엔 유치한 감도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다. 가장 근작인 'Lunar Injection어쩌구'는 아주 잘 만들어진 사운드지만 딱히 최고의 앨범은 아니다. 그저 하던대로의 페이스일뿐..여전히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옷을 입고는 있지만 하드락/컨트리/훵크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운드는 굉장히 여유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댄서블한 그루브의 메탈을 되살린 위에 이것들을 세련되게 펼쳐보이는게 특히 좋다. 갑작스런 감이 있던 '성숙한 롭 좀비'프로젝트는 결국은 와야할 지점이었던것.. 하지만 아쉽게도 갱생 롭 좀비는 여기까지일것으로 보인다. John5가 밴드를 떠나 Motley Crue에 가입한것. 할만큼 하기도 했고 거기가 워낙 대형밴드다보니 한탕 땡기라고 군말없이 놔준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