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 Obliviscaris - Exul

오페쓰 이후(굳이 오페쓰인 이유는 그만큼 오페쓰가 임팩트있는 거성이었고 이제는 멜로데스를 집어쳤기 때문이랄까)의 멜로데스 밴드들중 차기 대권주자를 꼽아본다면 약간의 관심을 기울여 이 장르를 즐겼던 사람 누구라도 어렵지않게 Be'lakor와 Ne Obliviscaris를 지목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데뷔시기에 둘 다 공교롭게도 변방인 호주밴드에 무엇보다 Post-Opeth 시대의 밴드들중엔 둘이 워낙 가타부타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문. 벨라코르가 정갈한 어쿠스틱의 정취를 살리는 담백한 구성력을 메인으로 한다면 NeO는 두말할것없이 맥시멀리즘과 화려함 그 자체, 극도로 감각적인 꿀꿀이죽 같은 음악을 한다고 할까..단연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투톱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점이다..만은, 시간이 흐르니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벨라코르는 앨범이 한장 한장 추가될때마다 향이 좋은 커피마냥 오히려 그윽한 맛이 더해지는데 NeO는 글쎄..충공깽 그 잡채이던 데뷔작 Portal of I 이후론 앨범이 나올때마다 차곡차곡 재미가 없어진다고 해야하나..새 앨범이 상당히 지연되었던 것은 일정부분 밴드도 나름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 탓을 하기엔 오히려 밴드 작업의 특성상 코로나는 두문불출 앨범작업을 하기에 좋은 기간이라 양질의 작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많았던고로 핑계가 되긴 좀 힘들거같고..

 

모르겠다 그래서 꽤나 간만인 신작 Exul의 선공개곡들은 느낌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글쎄..이 밴드는 데뷔작에서 너무 많은 패를 까고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탄탄한 리프와 치밀한 구성력을 기본으로 하던 밴드의 기조가 미묘하게 바이올린의 기믹과 멜로디라인의 훅에 의존하는 느낌으로 바뀐 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일단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고..바이올린/클린보컬을 담당하는 Tim Charles의 기량이 한껏 물이 올랐고 새로 들어온 베이스의 기량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나머지 멤버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 무엇보다 선공개곡이었던 'Equus' 'Graal'은 꽤나 매력적으로 들리는데-더한다면 Misericorde II 정도-나머지가 놀라울 정도로 귀에 걸리질 않고 그냥 숭숭 빠져나간다고 해야할지 뭐 워낙 듣기 좋은 소리 뽑는 재주는 있는 팀이라 별다른 임팩트없는 사운드가 거슬림없이 잘도 빠져나가는데 이것도 독특한 경험이라면 경험이다..업계 평균을 생각하면 그럼에도 준수한 사운드라고 못할건 없겠으나 이들의 훌륭했던 지난 앨범들에 비하자면 글쎄 그런대로 퀄리티 유지는 했지만 일단 앨범 자체의 텐션이나 무게감, 카리스마가 많이 쳐진다. 밥때는 됐고 마땅한 재료가 없어 결국 우릴대로 우린 사골을 다시 불에 올린 느낌. 셰프가 일류면 뭐하리..완만한 하락장의 흐름은 이번에도 이어졌고 대안이 될만한 요소 비슷한 것도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NeO의 앞날은 다소 불투명하다 생각된다. 나이들면 인내심 많아진다는건 완전 거짓말이다 나는 Graal하나 겨우 건져서-근데 그게 존나 까리하고 아름답긴 함-주구장창 그것만 들을판이다. 뭐 이 밴드 제2의 Portal of I가 필요하다거나 할 정도로 망가져있는 상태는 전혀 아니지만 야금야금 깎여나가고만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게 조금 답답하다. 사실 6년이나 뜸들였으면 전환점이 될만한 작품이 이번에 나왔어야 하지않나 싶으요..무슨 메탈리카도 아니고..